[시론] 삼성 준법감시委 권고 의미 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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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에 대한 '과잉범죄화' 심각
제대로 된 준법감시제도 확립하고
이에 따른 양형경감제도 도입해야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제대로 된 준법감시제도 확립하고
이에 따른 양형경감제도 도입해야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업무상횡령죄 등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 판사가 작년에 열린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위법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미국 연방법원 양형기준 제8장’에 따른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할 것을 조언했다. 이에 삼성그룹 소속 7개 회사는 지난달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지난 5일 첫 회의를 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지난달 17일 제4차 공판에서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는 실질적이고 실효적으로 운영돼야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 양형심리와 관련해 삼성이 제시한 준법감시제도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국회의원·시민·노동단체 등이 ‘양형거래’, ‘부당거래’라고 재판부를 비난했다. “미국 양형기준 제8장은 ‘기업’(organization)을 대상으로 하므로 ‘사람’인 삼성그룹 부회장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제8장은 ‘범행 당시’ 준법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을 경우 기업의 ‘과실 점수(culpability score)를 깎아준다’고 정하고 있는데, 삼성 사건에선 범행 당시 준법제도가 없었다”는 것이 비난의 근거다.
해당 재판부 판사는 평소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에 관심이 많아 이를 공부하고 논문까지 썼다고 한다. 굳이 미국 제도를 소개한 것은 한국에는 없지만 미국에는 그런 프로그램과 적용 모델이 있으니 참고하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조언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제8장의 핵심적 내용인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운영’을 강조했다.
그런데 한국은 미국령이 아니므로 애초 미국 양형기준을 삼성 사건에 적용할 도리가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이고, 재판부도 모를 리 없다. 무엇보다도 미국은 법인의 범죄능력을 인정하지만, 한국은 법인 자체의 범죄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는 당연히 한국 형법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양형기준이 적용된다. 걱정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 형량경감 사유는 존재하는가? 형법 제51조에 정한 양형조건에는 ‘범행 후의 정황’이라는 것이 있다. 피고인이 범행을 반성하고 피해를 보상하는 것 등은 형의 감경사유가 된다. 양형기준에선 뇌물죄의 경우 일반 양형인자로 소극 가담, 진지한 반성 등을 열거하고 있다. 집행유예 기준에도 주요 참작사유로 소극 가담, 수뢰자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 현저한 개전의 정을 들고 있다. 횡령죄의 경우도 역시 ‘진지한 반성’ 등을 열거하고 있다. 그래서 판사는 가끔 형사피고인에게 “합의는 했는가” 하고 물어보고, “반성문이라도 써 보라”고 한다.
이 사건은 삼성 부회장 개인의 품성 문제가 아닌, 기업 운영의 문제였다. 따라서 합의는 사회적 합의이며 반성은 제도적 개선으로 나타나야만 한다. 이 사건에서는 합의와 제도적 개선은 준법감시위원회로 구체화됐다. 합의와 반성문은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재판부는 “실효성이 검증돼야 한다”며 “검증팀을 꾸리라”고 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기업으로부터 직접 뇌물을 받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뇌물죄 성립을 인정한다고 해도 ‘수뢰자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형량 감경사유는 충분하고 집행유예 판결을 내릴 근거도 충분하다. 삼성이 향후 준법감시위원회를 실질적·실효적으로 운영한다면 이를 ‘회복적 사법’의 일환으로 파악하겠다는 재판부의 견해는 매우 진취적이다.
상법에 준법통제제도가 있어 기업 책임을 경감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 제도는 ‘주요 주주 등 이해관계자 거래 위반’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쓸모없는 규정이다. 한국 기업인에 대한 ‘과잉범죄화’ 상황을 감안하면 제대로 된 준법감시제도 확립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양형경감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이를 두고 국회의원·시민·노동단체 등이 ‘양형거래’, ‘부당거래’라고 재판부를 비난했다. “미국 양형기준 제8장은 ‘기업’(organization)을 대상으로 하므로 ‘사람’인 삼성그룹 부회장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제8장은 ‘범행 당시’ 준법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을 경우 기업의 ‘과실 점수(culpability score)를 깎아준다’고 정하고 있는데, 삼성 사건에선 범행 당시 준법제도가 없었다”는 것이 비난의 근거다.
해당 재판부 판사는 평소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에 관심이 많아 이를 공부하고 논문까지 썼다고 한다. 굳이 미국 제도를 소개한 것은 한국에는 없지만 미국에는 그런 프로그램과 적용 모델이 있으니 참고하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조언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제8장의 핵심적 내용인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운영’을 강조했다.
그런데 한국은 미국령이 아니므로 애초 미국 양형기준을 삼성 사건에 적용할 도리가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이고, 재판부도 모를 리 없다. 무엇보다도 미국은 법인의 범죄능력을 인정하지만, 한국은 법인 자체의 범죄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는 당연히 한국 형법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양형기준이 적용된다. 걱정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 형량경감 사유는 존재하는가? 형법 제51조에 정한 양형조건에는 ‘범행 후의 정황’이라는 것이 있다. 피고인이 범행을 반성하고 피해를 보상하는 것 등은 형의 감경사유가 된다. 양형기준에선 뇌물죄의 경우 일반 양형인자로 소극 가담, 진지한 반성 등을 열거하고 있다. 집행유예 기준에도 주요 참작사유로 소극 가담, 수뢰자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 현저한 개전의 정을 들고 있다. 횡령죄의 경우도 역시 ‘진지한 반성’ 등을 열거하고 있다. 그래서 판사는 가끔 형사피고인에게 “합의는 했는가” 하고 물어보고, “반성문이라도 써 보라”고 한다.
이 사건은 삼성 부회장 개인의 품성 문제가 아닌, 기업 운영의 문제였다. 따라서 합의는 사회적 합의이며 반성은 제도적 개선으로 나타나야만 한다. 이 사건에서는 합의와 제도적 개선은 준법감시위원회로 구체화됐다. 합의와 반성문은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재판부는 “실효성이 검증돼야 한다”며 “검증팀을 꾸리라”고 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기업으로부터 직접 뇌물을 받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뇌물죄 성립을 인정한다고 해도 ‘수뢰자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형량 감경사유는 충분하고 집행유예 판결을 내릴 근거도 충분하다. 삼성이 향후 준법감시위원회를 실질적·실효적으로 운영한다면 이를 ‘회복적 사법’의 일환으로 파악하겠다는 재판부의 견해는 매우 진취적이다.
상법에 준법통제제도가 있어 기업 책임을 경감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 제도는 ‘주요 주주 등 이해관계자 거래 위반’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쓸모없는 규정이다. 한국 기업인에 대한 ‘과잉범죄화’ 상황을 감안하면 제대로 된 준법감시제도 확립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양형경감제도 도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