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한 상황에는 비상한 처방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한 말이다. 이 발언이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가용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면 백번이라도 환영한다.

문 대통령은 “비상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인센티브 확대와 과감한 규제혁신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전례가 있다, 없다를 따지지 말고 생각할 수 있는 대책들을 모두 꺼내놓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기업들도 바라는 바다. 정부는 그제 경제부처 업무보고를 통해 종합 경기 패키지 대책을 이달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중요한 것은 종합경기대책이 대통령의 말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방안과 실행계획을 얼마나 담아내느냐다.

정부가 경제를 살릴 근본 처방을 내놓으려면 “회복 흐름을 보이던 경제가 코로나19 사태로 충격을 받고 있다”는 잘못된 인식부터 걷어내야 한다.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비상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투자 소비 등 민간부문의 성장 모멘텀이 살아나지 않고 수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정부가 재정을 퍼부어 겨우 2.0% 성장률에 턱걸이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모건스탠리가 1분기 한국의 성장률을 -0.8~-1.1%로 전망한 것도 오로지 코로나19 탓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한국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등이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1%대로 전망한 데 이어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2.1%에서 1.9%로 내린 이유도 마찬가지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추락이 가속화하는 데서 보듯, 성장 잠재력이 급격히 고갈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더해진 때문으로 해석하는 게 맞을 것이다.

간판기업들의 신용등급마저 떨어지기 시작한 것도 그렇다. 상장사 절반이 작년 4분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쳐 ‘등급 하락 도미노’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용등급 하락은 기업 신인도 악화와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경제 위기를 알리는 중요 지표다.

정부가 이런 현실을 직시한다면 종합경기대책은 코로나19 사태 극복에 그치거나 효과가 의문시되는 재정투입 확대 등으로만 가서는 안 된다. 대통령 말대로 전례를 따지지 않고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기업에 부담을 주거나 신산업에 방해가 되는 일체의 규제를 긴급 유예하는 처방도 못 할 이유가 없다. 투자·생산·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과감한 감세는 물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개혁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강조한 대로 정책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이번에야말로 정부가 실기하지 말고 경제를 제대로 살려낼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