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이탈리아 '코로나 미스터리'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국만큼 빠르게 퍼지고 있는 나라가 이탈리아다. 지난 21일 아침까지도 3명뿐이던 확진자가 주말을 거치며 219명으로 불어났다. 중국 한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다. 사망자도 5명 나왔다. 이탈리아 확진자는 독일(16명), 영국(13명), 프랑스(12명, 1명 사망)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을 다 합친 숫자의 4배가 넘는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산은 한국과 닮은꼴이다. 중국과의 교류가 많고, 감염원이 불명확한 채 지역사회로 확산되고 있다. 경제 중심지인 밀라노가 속한 롬바르디아주와 베네치아가 있는 베네토주의 확진자가 전체의 90%에 달해 주민 이동제한령이 내려졌다. 유서 깊은 ‘밀라노 패션위크’, ‘베네치아 카니발’ 등의 행사가 줄줄이 차질을 빚고 프로축구리그(세리에A) 경기도 미뤄졌다.

왜 유독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가 맹위인지에 대해 누구도 명확한 답을 못 내놓고 있다. 중국에 간 적도, 중국인과 접촉한 적도 없는 환자가 대다수다. 한국과 다른 점은 지난달 말 중국인 관광객 2명이 확진자로 판명나자, 이탈리아 정부가 중국의 압력에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중국·홍콩 직항 항공노선을 막은 것이다. 그러나 다른 유럽국가를 경유해 들어오는 중국인은 막지 못했다.

재정난을 겪는 이탈리아는 서구에서 최초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참여했을 만큼 친중(親中) 행보를 보여왔다. 중국도 이탈리아를 유럽의 관문으로 삼고, 지난해 3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국빈방문을 했을 정도다. 최근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위기는 일시적이고, 우정은 영원하다”는 지지 메시지를 보냈고, 시 주석이 감사를 표한 적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의 빈번한 교류와 코로나 사태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예부터 이탈리아는 동방무역의 종착지여서 전염병 피해가 잦았다. 14세기 페스트가 유럽에 처음 창궐한 곳도 북부 제노바였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1351)은 그 시절 피난의 산물이다. 역설적으로 검역에 먼저 눈 뜬 나라도 이탈리아다. ‘검역, 격리’를 뜻하는 ‘쿼런틴(quarantine)’은 외국 배의 입항 전에 ‘40일간(이탈리아어 quaranta)’ 격리한 데서 유래했다.

이탈리아의 ‘코로나 미스터리’에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선의 방역이 ‘격리’임을 잘 아는 이탈리아가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하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