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파업을 반복해 온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또 파업을 예고했다. 그것도 자사의 크로스오버차량 XM3 출시에 맞춰 회사를 타격하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때 유리하다는 계산에서 파업을 준비한다고 하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프랑스 르노 본사가 XM3 유럽 수출물량을 한국 공장에 배정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해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일반 노조원들조차 “노조 지도부가 선을 넘었다”고 성토하는 지경이다. “이러다 모두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회사 생존과 일자리 상실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노조의 행태를 언제까지 두고 볼 수는 없다.

회사의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르노삼성 노사가 갈등을 겪고 있는 ‘무노동·무임금’ 원칙부터 지켜져야 한다. 노조 대표는 지난해 2018년도 임단협을 마무리하면서 파업 참가자의 임금 손실을 보전하기로 노사가 합의한 사실을 들어 이번에도 임금 보전을 위한 노사상생기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가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했으면 일관성을 갖고 밀고 나가야 한다. 그러지 않고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2019년도 임단협 협상에서도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훼손한다면 대기업 노조의 습관성 파업을 막을 길이 없게 된다.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지켜지려면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도 있다. 르노삼성 노조 간부들이 “XM3 출시 시기에 회사를 집중 타격하자”고 나오는 데는 파업에 들어가면 회사 측이 대응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현행 노동조합법상 금지된 파업기간 중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동시에 파견법 개정을 통해 파업 중인 사업장에 근로자 파견을 허용해야 한다. 사업장 내 모든 시설에 대한 점거 금지도 필요하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은 대체근로를 전면 허용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노사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법 개정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