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많던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12조2000억원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와 정부 국무회의에서 확정되자 여당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기부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13일부터 4인 가구 기준 최대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되, 수령하지 않는 국민은 기부금으로 처리해 연말정산 때 1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법안도 의결된 데 따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와 우리 가족들은 모두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고, 같은 당 백혜련 의원도 기부 의사를 표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당연히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호 기부자로 나설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정부·여당은 공식적인 기부 캠페인은 벌이지 않기로 했다지만 사회지도층과 고소득층에게는 재난지원금을 기부하지 않을 수 없는 ‘사회적 압력’으로 다가올 소지가 다분하다.

이런 식의 ‘관제(官製) 기부’는 정당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취약계층을 위한 기부는 아름다운 것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 선택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 압력에 의한 기부는 강제적 징수에 불과하다. 그래서 재난지원금 기부는 마땅히 비공개가 바람직하다. 자칫 기부자 개인은 물론 지역·계층별 기부율 통계라도 공표되면 ‘착한 고소득층’과 ‘나쁜 고소득층’이란 편가르기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서다.

사회적 압력에 의한 기부 유도는 소비 진작을 통한 경제회복이라는 긴급재난지원금의 본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피해·취약계층을 지원하고 내수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를 감안할 때 국민이 지원금을 최대한 쓰도록 하는 게 맞다. 그게 바닥까지 가라앉은 소비로 생계가 막막해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돕는 길이다.

그럼에도 기부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라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자선기관 등을 통해 별도로 기부하면 된다. 정부·여당이 앞장서 ‘관제 기부’ 분위기를 조성할 일이 아니다. 기부 운동을 벌일 만큼 재정건전성이 걱정이었다면 애초에 전 국민 지급 약속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기왕 주기로 한 이상 어설픈 기부 유도 대신 한 푼이라도 더 쓰자는 소비캠페인을 벌여 재난지원금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