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 칼럼] '전국민 고용보험' 세대간 합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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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석 전문위원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이어 전 국민 고용보험제가 논란이다. 여론과 전문가들은 우려 속에 여당과 정부를 주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배경으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전격 도입되는 것을 본 터라 이번에도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바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으로서는 법안 처리도 어렵지 않다.
우려되는 점 중 첫 번째는 재정 부담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업 충격이 막 반영되기 시작한 3월 구직급여 지급액은 8982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구직급여 지급액이 따라 오른 것도 이유다. 고용보험기금은 빠르게 소진될 전망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벌써 연내에 기금이 바닥을 보일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자영업자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까지 포함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고용보험을 확대하는 건 사실상 보험료의 대폭 인상을 의미한다.
결국은 누군가의 미래 부담
자영업자들이 고용보험 가입을 꺼리는 점도 지적된다. 소득 노출을 원치 않는 자영업자들은 지금도 고용보험 임의 가입이 허용되지만 가입률이 지난해 말 0.38% 수준이다. 행정당국으로선 소득 파악이 어려워 현실적으로 가입을 강제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
논란과 비판이 확산하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나섰다. 전 국민 고용보험은 현실적으로는 ‘단계적 추진’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인 ‘실직과 은퇴에 대비한 일자리 안전망 강화’에 진작부터 반영돼 있다. 중점 과제로는 ①한국형 실업부조 제도(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 ②고용보험 적용 확대가 있다.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매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까지 지원하는 내용의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이미 국회에 법안이 제출돼 있다. 정부는 법안 처리에 우선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취업지원제는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로 운영되는 고용보험과 달리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일종의 부조 제도다. 도입 후 시간이 지날수록 재정 부담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국가의 지급 책임도 다른 보조금에 비해 훨씬 강하다. 사회보장 수급권은 국민의 법적 권리로 인식하는 것이 사회법의 원리다. 미래의 재정 부담이 크게 발생하는 만큼 세대 간 동의는 필수다. 고용보험 적용 확대가 계층이나 직역(職域) 간 이해관계가 세밀하게 조율돼야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사회적 합의 먼저 거쳐야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한다. 원칙적으로는 맞아 보인다. 하지만 한국에서 사회적 대화는 노동계가 주도하는 구조다. 사용자단체는 노동계(=표)를 의식한 정부 눈치나 보기가 쉽다. 100번을 양보하더라도 특정 집단 이익을 대변하는 노사단체가 세대나 계층 간 이해 충돌을 조정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기에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현 정부는 사회적 대화의 참여 주체를 확대하겠다고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시키기까지 했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아예 경사노위 밖 ‘원포인트’ 협의체 구성을 요구한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21대 총선에서 34세 이하 청년 당선자는 비례대표를 포함해 5명이다. 전체 300석 가운데 청년고용촉진특별법상 청년에 해당하는 34세 이하는 2%도 안 된다. 미래 세대 없는 국회에서 어떤 방법으로 미래의 국가 재정 부담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낼지 궁금하기만 하다.
jsc@hankyung.com
우려되는 점 중 첫 번째는 재정 부담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업 충격이 막 반영되기 시작한 3월 구직급여 지급액은 8982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구직급여 지급액이 따라 오른 것도 이유다. 고용보험기금은 빠르게 소진될 전망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벌써 연내에 기금이 바닥을 보일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자영업자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까지 포함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고용보험을 확대하는 건 사실상 보험료의 대폭 인상을 의미한다.
결국은 누군가의 미래 부담
자영업자들이 고용보험 가입을 꺼리는 점도 지적된다. 소득 노출을 원치 않는 자영업자들은 지금도 고용보험 임의 가입이 허용되지만 가입률이 지난해 말 0.38% 수준이다. 행정당국으로선 소득 파악이 어려워 현실적으로 가입을 강제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
논란과 비판이 확산하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나섰다. 전 국민 고용보험은 현실적으로는 ‘단계적 추진’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인 ‘실직과 은퇴에 대비한 일자리 안전망 강화’에 진작부터 반영돼 있다. 중점 과제로는 ①한국형 실업부조 제도(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 ②고용보험 적용 확대가 있다.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매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까지 지원하는 내용의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이미 국회에 법안이 제출돼 있다. 정부는 법안 처리에 우선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취업지원제는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로 운영되는 고용보험과 달리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일종의 부조 제도다. 도입 후 시간이 지날수록 재정 부담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국가의 지급 책임도 다른 보조금에 비해 훨씬 강하다. 사회보장 수급권은 국민의 법적 권리로 인식하는 것이 사회법의 원리다. 미래의 재정 부담이 크게 발생하는 만큼 세대 간 동의는 필수다. 고용보험 적용 확대가 계층이나 직역(職域) 간 이해관계가 세밀하게 조율돼야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사회적 합의 먼저 거쳐야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한다. 원칙적으로는 맞아 보인다. 하지만 한국에서 사회적 대화는 노동계가 주도하는 구조다. 사용자단체는 노동계(=표)를 의식한 정부 눈치나 보기가 쉽다. 100번을 양보하더라도 특정 집단 이익을 대변하는 노사단체가 세대나 계층 간 이해 충돌을 조정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기에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현 정부는 사회적 대화의 참여 주체를 확대하겠다고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시키기까지 했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아예 경사노위 밖 ‘원포인트’ 협의체 구성을 요구한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21대 총선에서 34세 이하 청년 당선자는 비례대표를 포함해 5명이다. 전체 300석 가운데 청년고용촉진특별법상 청년에 해당하는 34세 이하는 2%도 안 된다. 미래 세대 없는 국회에서 어떤 방법으로 미래의 국가 재정 부담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낼지 궁금하기만 하다.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