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무관중 공연의 빛과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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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형 문화부장
연극의 3대 요소는 배우, 관객, 희곡이다. 공간을 중시하는 연극인들은 희곡을 빼고 무대를 넣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연극의 양대 요소는 배우와 관객이다. 이는 공연예술 전반에도 적용된다. 배우와 무용수, 가수, 연주자 등 예술 행위자가 있고 그 현장을 지켜보는 관객이 있어야 공연이 성립된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이전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공연을 탄생시켰다. 지난 2월 말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공연장이 폐쇄되자 경기아트센터, 서울돈화문국악당, 세종문화회관, 대학로아트센터 등 국공립 공연장들은 ‘무관중 공연’을 선보였다. 관객 없이 하는 공연을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형태였다. 애써 힘들여 공연을 준비했던 예술단체와 예술가에게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발표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다. 일종의 궁여지책이었고,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코로나 출구' 된 온라인 공연
이전에도 위성 또는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공연 생중계는 많았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메트: 라이브 인 HD’, 영국 국립극장의 ‘NT 라이브’, 네이버의 V라이브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서도 ‘현장 관객’은 필수 요소다. 살아있는 배우와 살아있는 관객이 직접 소통하며 발생하는 에너지를 화면으로 얼마나 생생하게 전달하느냐가 공연 영상의 완성도를 높이는 관건이다.
그런데 공연의 본질이라는 현장성이 약한데도 통했다. 연극, 무용, 전통예술 등 ‘비인기 장르’ 공연의 실시간 접속자 수가 수천 명에 달하는 사례가 잇달았다. “객석과 무대의 교감이 없는 공연 영상을 누가 보겠느냐”던 현장 예술가들의 견해가 무색할 정도였다. 초반에 ‘무관중’과 ‘무관객’이 혼용되던 공연 명칭도 곧 ‘무관중’으로 통일됐다. 현장에는 없지만 공연을 실시간으로 관람하며 수시로 박수를 보내는 ‘온라인 관객’이 존재해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집콕’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무대에 설 기회를 잃어버린 예술가들을 위한 무관중 공연이 국공립 공연장과 단체들을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 한경필하모닉, 금호문화재단 등 일부 민간단체도 무관중 공연 대열에 합류했다. 때맞춰 기존 공연 영상물을 특정 시간에 스트리밍하는 온라인 상영까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유료화·수익 모델 개발 시급
코로나19 위기 타개책으로 나온 온라인 공연과 공연 영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연계 일각에선 또 다른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대다수 민간 기획사와 소규모 제작사들은 생중계 및 영상화에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공연은 대부분 무료여서 투자를 해도 수익을 낼 수 없다. ‘디지털 시어터’가 현장 공연을 쇠퇴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가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거리두기’를 민간 공연에 유예해주지 않으면 국공립 기관의 무관중 공연만 살아남고 정상적인 공연은 사라질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위기감의 발로다.
하지만 무관중 공연 댓글창을 통해 발견한 관객들의 다양함은 공연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극장 문을 열면 당장 달려가겠다는 관객도 있지만, 돈을 내더라도 온라인으로 편하게 즐기길 원하는 관객이 상당수 존재한다. 현장성보다 편의성을 중시하는 관람 수요를 겨냥한 유료화·수익 모델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때다.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무관중 공연 실험을 위기에 몰린 한국 공연예술산업이 재도약하는 반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toughlb@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이전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공연을 탄생시켰다. 지난 2월 말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공연장이 폐쇄되자 경기아트센터, 서울돈화문국악당, 세종문화회관, 대학로아트센터 등 국공립 공연장들은 ‘무관중 공연’을 선보였다. 관객 없이 하는 공연을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형태였다. 애써 힘들여 공연을 준비했던 예술단체와 예술가에게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발표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다. 일종의 궁여지책이었고,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코로나 출구' 된 온라인 공연
이전에도 위성 또는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공연 생중계는 많았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메트: 라이브 인 HD’, 영국 국립극장의 ‘NT 라이브’, 네이버의 V라이브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서도 ‘현장 관객’은 필수 요소다. 살아있는 배우와 살아있는 관객이 직접 소통하며 발생하는 에너지를 화면으로 얼마나 생생하게 전달하느냐가 공연 영상의 완성도를 높이는 관건이다.
그런데 공연의 본질이라는 현장성이 약한데도 통했다. 연극, 무용, 전통예술 등 ‘비인기 장르’ 공연의 실시간 접속자 수가 수천 명에 달하는 사례가 잇달았다. “객석과 무대의 교감이 없는 공연 영상을 누가 보겠느냐”던 현장 예술가들의 견해가 무색할 정도였다. 초반에 ‘무관중’과 ‘무관객’이 혼용되던 공연 명칭도 곧 ‘무관중’으로 통일됐다. 현장에는 없지만 공연을 실시간으로 관람하며 수시로 박수를 보내는 ‘온라인 관객’이 존재해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집콕’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무대에 설 기회를 잃어버린 예술가들을 위한 무관중 공연이 국공립 공연장과 단체들을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 한경필하모닉, 금호문화재단 등 일부 민간단체도 무관중 공연 대열에 합류했다. 때맞춰 기존 공연 영상물을 특정 시간에 스트리밍하는 온라인 상영까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유료화·수익 모델 개발 시급
코로나19 위기 타개책으로 나온 온라인 공연과 공연 영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연계 일각에선 또 다른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대다수 민간 기획사와 소규모 제작사들은 생중계 및 영상화에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공연은 대부분 무료여서 투자를 해도 수익을 낼 수 없다. ‘디지털 시어터’가 현장 공연을 쇠퇴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가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거리두기’를 민간 공연에 유예해주지 않으면 국공립 기관의 무관중 공연만 살아남고 정상적인 공연은 사라질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위기감의 발로다.
하지만 무관중 공연 댓글창을 통해 발견한 관객들의 다양함은 공연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극장 문을 열면 당장 달려가겠다는 관객도 있지만, 돈을 내더라도 온라인으로 편하게 즐기길 원하는 관객이 상당수 존재한다. 현장성보다 편의성을 중시하는 관람 수요를 겨냥한 유료화·수익 모델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때다.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무관중 공연 실험을 위기에 몰린 한국 공연예술산업이 재도약하는 반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