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영의 데이터로 본 세상] '코로나 경제'는 언제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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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브라질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여전히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중국, 독일 등 몇몇 나라의 확진자 증가율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먼저 들어선 것이다. 이들 국가의 경제 복구 정책과 움직임은 타국의 선례가 돼 78억 세계 인구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필자가 속한 기초과학연구원(IBS)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은 세관 데이터 분석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덕에 코로나19가 국가 간 무역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수출입 거래량은 대폭 감소했고, 거래 품목에도 변화가 생겼다. 세관 직원들이 바이러스 노출 위험으로 업무에 지장을 받은 틈을 타, 마스크 등 의료 물품에 넣어 다른 제품을 밀수하는 새로운 부정행위도 생겨났다.
그렇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무역시장의 변화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유엔 산하 통계활동조정위원회(CCSA),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은 무역과 시장 데이터를 분석해 코로나19로 인한 거시적 변화를 예측한 보고서를 발 빠르게 내놨다. 이들이 제시한 분석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코로나19로 인해 수축한 경제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WTO의 세계상품거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국가 간 무역량이 바이러스 이전부터 감소 추세였고, 코로나19로 인해 무역량이 13%가량 대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것도 낙관적인 경우다. 부정적이면 32%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과거 어떤 경제위기와 비교하더라도 심각한 수준이다.
집단면역 전략 스웨덴도 소비 급감
집단면역 전략으로 주목받았던 스웨덴의 경우 주변국 덴마크와 달리 ‘록다운(lockdown·이동 제한)’ 조처를 하지 않았지만, 시장 소비가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했다. 정부의 특별한 규제가 없더라도 시민들이 자연스레 공공장소를 피했고, 시장 소비가 줄어든 것이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전 세계 무역량이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백신이 개발돼 바이러스를 통제한다고 해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경제를 회복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에 치명타를 입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경제 복구에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아시아의 2억 명이 넘는 인구가 깨끗한 물을 가정에서 공급받지 못한다. 백신이 보급된다고 하더라도 감염 예방의 기본인 ‘손 씻기’조차 어려워 코로나19 확산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가 속한 동아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평균 0.6% 감소한 데 비해 더 높은 발전을 기록해야 할 동남아시아의 성장률은 1.5%나 감소했다. 빠른 경제 복구를 위해서는 선진 정보통신기술(ICT)과 함께 빅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이 필요하지만, 개발도상국의 인프라와 기술은 선진국과 비교해 부족한 것도 걸림돌이 된다.
언택트 경제, 새로운 기회 될 수도
비관적인 변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기량은 4분의 1 이상 줄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한 교수에 따르면 두 달간 이어진 록다운으로 인해 공기가 깨끗해졌고, 이로 인해 중국의 5세 미만 어린이 4000명 및 70세 이상 노인 7만3000명을 환경 오염 관련 질병으로 인한 사망에서 구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SNS에서는 30년 만에 스모그가 사라진 인도 도심에 모습을 드러낸 히말라야, 베네치아 수로에 돌아온 돌고래 등의 사진이 공유되며 코로나19의 긍정적 영향이 부각되기도 했다. 록다운 덕분에 오염된 환경이 회복될 수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관련 산업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의 기회를 맞은 분야는 이뿐만이 아니다. 언택트(비대면) 관련 기업의 주가 상승이 증명하는 것처럼 코로나19는 관련 산업 구조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 것이다. 이밖에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원을 채용하는 흐름도 지역에 있는 숨은 인재를 찾아 공평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국민의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 데이터에 기반한 추적검사로 6차 감염자까지 찾아낸 K방역 시스템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복구 과정에서도 세계가 우리를 지켜볼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과 데이터가 적절히 활용돼 빠른 경제 복구를 돕게 되길 희망해본다. 포스트 코로나의 뉴노멀이 이전의 부흥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평등하고 실력 있는 인재가 등용되고 가족이 중심이 되는 사회라면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한 미래가 아닐까.
차미영 <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 및 계산과학 연구단 CI·KAIST 전산학부 교수 >
필자가 속한 기초과학연구원(IBS)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은 세관 데이터 분석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덕에 코로나19가 국가 간 무역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수출입 거래량은 대폭 감소했고, 거래 품목에도 변화가 생겼다. 세관 직원들이 바이러스 노출 위험으로 업무에 지장을 받은 틈을 타, 마스크 등 의료 물품에 넣어 다른 제품을 밀수하는 새로운 부정행위도 생겨났다.
그렇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무역시장의 변화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유엔 산하 통계활동조정위원회(CCSA),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은 무역과 시장 데이터를 분석해 코로나19로 인한 거시적 변화를 예측한 보고서를 발 빠르게 내놨다. 이들이 제시한 분석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코로나19로 인해 수축한 경제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WTO의 세계상품거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국가 간 무역량이 바이러스 이전부터 감소 추세였고, 코로나19로 인해 무역량이 13%가량 대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것도 낙관적인 경우다. 부정적이면 32%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과거 어떤 경제위기와 비교하더라도 심각한 수준이다.
집단면역 전략 스웨덴도 소비 급감
집단면역 전략으로 주목받았던 스웨덴의 경우 주변국 덴마크와 달리 ‘록다운(lockdown·이동 제한)’ 조처를 하지 않았지만, 시장 소비가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했다. 정부의 특별한 규제가 없더라도 시민들이 자연스레 공공장소를 피했고, 시장 소비가 줄어든 것이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전 세계 무역량이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백신이 개발돼 바이러스를 통제한다고 해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경제를 회복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에 치명타를 입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경제 복구에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아시아의 2억 명이 넘는 인구가 깨끗한 물을 가정에서 공급받지 못한다. 백신이 보급된다고 하더라도 감염 예방의 기본인 ‘손 씻기’조차 어려워 코로나19 확산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가 속한 동아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평균 0.6% 감소한 데 비해 더 높은 발전을 기록해야 할 동남아시아의 성장률은 1.5%나 감소했다. 빠른 경제 복구를 위해서는 선진 정보통신기술(ICT)과 함께 빅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이 필요하지만, 개발도상국의 인프라와 기술은 선진국과 비교해 부족한 것도 걸림돌이 된다.
언택트 경제, 새로운 기회 될 수도
비관적인 변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기량은 4분의 1 이상 줄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한 교수에 따르면 두 달간 이어진 록다운으로 인해 공기가 깨끗해졌고, 이로 인해 중국의 5세 미만 어린이 4000명 및 70세 이상 노인 7만3000명을 환경 오염 관련 질병으로 인한 사망에서 구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SNS에서는 30년 만에 스모그가 사라진 인도 도심에 모습을 드러낸 히말라야, 베네치아 수로에 돌아온 돌고래 등의 사진이 공유되며 코로나19의 긍정적 영향이 부각되기도 했다. 록다운 덕분에 오염된 환경이 회복될 수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관련 산업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의 기회를 맞은 분야는 이뿐만이 아니다. 언택트(비대면) 관련 기업의 주가 상승이 증명하는 것처럼 코로나19는 관련 산업 구조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 것이다. 이밖에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원을 채용하는 흐름도 지역에 있는 숨은 인재를 찾아 공평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국민의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 데이터에 기반한 추적검사로 6차 감염자까지 찾아낸 K방역 시스템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복구 과정에서도 세계가 우리를 지켜볼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과 데이터가 적절히 활용돼 빠른 경제 복구를 돕게 되길 희망해본다. 포스트 코로나의 뉴노멀이 이전의 부흥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평등하고 실력 있는 인재가 등용되고 가족이 중심이 되는 사회라면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한 미래가 아닐까.
차미영 <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 및 계산과학 연구단 CI·KAIST 전산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