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로 주가가 급락하고,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은 지난 3월 중순만 해도 시장이 이렇게 빨리 반등할 것으로 예측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3월 19일 장중 1439를 ‘바닥’으로 상승세로 돌아선 코스피지수는 100일 만인 이달 3일 2100을 회복하고 2200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한동안 약세였던 부동산도 최근 대출규제가 별로 없는 6억원 미만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늘고 있다. 6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9주 만에 하락세를 멈췄고, 비(非)강남권은 되레 급등세다.

주가와 집값의 ‘깜짝 회복’ 요인으로 경제활동 재개, 국제유가 반등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 주요국들이 유동성 공급을 ‘역대급’으로 늘린 결과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우리나라도 48년 만의 세 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총 60조원)과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및 채권 매입 등으로 유례없는 규모의 돈이 풀리고 있다. 제로금리 시대에 갈 곳을 잃은 시중자금이 부동화해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이 지난달에만 18조원 늘어 491조원에 이른다. 넘치는 부동자금이 언제든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기대가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런 현상은 미국 유럽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지금의 실물경제 상황이 자산가격 상승세를 합리화하기에 턱없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로 제시하면서 역성장만큼은 막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한국은행(-0.2%), 국제통화기금(-1.2%) 등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자산가격 상승은 ‘부(富)의 효과’를 가져와 소비를 진작시킬 가능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실물경제가 취약할 때는 소득 증가속도가 자산가격 상승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가처분소득이 떨어지고,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이 더 크다. 전셋값이 48주 연속 상승하는 바람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무주택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게 현실이다.

‘돈의 힘’이 밀어올린 주식·집값 상승세를 결코 견실한 회복신호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정책당국과 경제주체들이 경제상황을 오판하고 경계를 늦출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자산가격 상승에 현혹돼 시급한 산업 구조개혁, ‘갈라파고스 규제’ 완화 등 체질 개선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오히려 경제 회복기에 부풀 대로 부푼 자산가격 거품이 큰 짐이 될 수도 있다. ‘유동성의 역습’을 경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