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리연동 파생결합증권(DLS)과 라임운용 헤지펀드의 대규모 손실 사태는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관리·감독의 큰 전환점이었다. 2015년 7월 헤지펀드 운용 규제를 풀어준 것을 계기로 3년여 동안 ‘육성’에 초점이 맞춰졌던 금융투자상품 감독이 이 사태를 기점으로 ‘규제’ 쪽으로 방향을 확 튼 것이다.

이런 기조 아래 금융위원회가 최대 20% 이상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 상품’의 영업행위 준칙을 마련해 내달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려는 금융회사는 최고경영자(CEO)의 확인과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지난해 사태 파장이 워낙 컸던 탓에 금융업계가 대놓고 반대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금융투자상품 출시를 봉쇄해 금융소비자들의 선택 기회를 제한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자신이 결재한 상품이 문제를 일으키면 최악의 경우 구속될 가능성도 있는데, 어떤 CEO가 선뜻 새 상품 출시를 허락하겠느냐는 것이다.

금융사들도 ‘실적 경쟁’에 급급해 직원도 이해 못 하는 상품들을 판매한 DLS 사태 등의 ‘원죄’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 대한 금융계 우려는 일리가 있다. 예금금리가 연 0%대로 떨어지면서 고령층 금리생활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게 현실이다. 연 5~8% 정도의 수익을 꾸준히 올릴 수 있는 다양한 중(中)위험·중수익 상품이 나오지 않으면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를 근절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방카슈랑스 판매 등에 겹겹이 쌓인 규제로 “돈을 맡길 금융상품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판국이다. “연 15% 수익을 준다”는 유혹에 투자자들이 P2P(개인 간) 대출업체로 달려갔다가 손실을 보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상품에 대한 과잉규제가 불러올 부작용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틀어막고 못 하게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