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가짜 경유는 '탈세 경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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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와 어떻게 다른지
규정하기 쉽지 않은 가짜 경유
탈세 방지를 위한 단속을
소비자를 위한 것처럼 포장
맹목적으로 단속하기보다
과도한 유류세 개편이 정도
이덕환 <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
규정하기 쉽지 않은 가짜 경유
탈세 방지를 위한 단속을
소비자를 위한 것처럼 포장
맹목적으로 단속하기보다
과도한 유류세 개편이 정도
이덕환 <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
‘가짜 경유’를 제조·판매하던 업자들이 무더기로 입건됐다. 심지어 1000억원대 가짜 경유를 판매한 업자도 있었다. 요즘은 등유를 섞어서 만든 가짜 경유로 소비자를 찾아가는 게릴라식 영업을 하는 모양이다. 공사장 중장비, 운전학원 차량, 학원버스가 단골이라고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게릴라식 영업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멀쩡한 주유소에서 소비자 몰래 가짜 경유를 파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는 속절없이 속을 수밖에 없다.
가짜 석유 단속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유사(類似) 석유’라고 불렀다. 2003년에는 법원이 자신들의 제품이 가짜가 아니라 신기술로 개발한 첨가제·대체연료라고 우기던 세녹스의 손을 들어준 황당한 일도 있었다. 정부가 가짜 휘발유를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뜻이다. 뒤늦게 국세청이 나서 무거운 세금을 물리겠다고 호들갑을 떨었고, 2004년에는 석유사업법도 개정했다.
그러나 가짜 석유의 정체는 여전히 분명치 않다. 차량·기계 연료로 사용할 목적으로 석유제품·석유화학제품을 혼합해 제조한 것이 가짜 석유라고 한다. 석유사업법에 따르면 그렇다. 그런데 가짜가 진짜와 어떻게 다른지는 알 길이 없다. 석유에 대해 문외한인 관료·국회의원들이 마련한 황당한 규정이다. 석유사업법만으로는 애써 가짜 석유를 생산·판매하는 업자를 이해할 수가 없다.
기능적으로도 가짜 석유를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휘발유·경유라는 ‘물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1892년 디젤 엔진을 처음 개발한 루돌프 디젤이 처음 사용한 연료는 석탄 가루였다. 1900년 파리엑스포에서는 땅콩기름을 연료로 사용했다. 지금도 다양한 식물성 원료로 생산한 경유가 사용되고 있다.
정부의 가짜 경유 판별 기술이 대단한 것도 아니다. 난방용 등유에 넣어놓은 ‘식별제’를 이용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마저도 활성탄을 이용해 제거해버리는 업자들의 잔꾀 앞에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이제는 흡착제로 쉽게 제거할 수 없는 새로운 식별제를 개발했다고 한다. 크게 자랑할 일이 아니다. 어차피 등유 대신 용제(솔벤트)를 혼합해서 제조한 가짜에는 쓸모가 없는 기술이다.
정부가 소비자를 위해 가짜 경유를 단속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가짜 경유가 자동차의 성능을 떨어뜨려 안전사고를 일으키고, 사람과 환경에 해로운 배출가스를 내뿜는다는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물론 엉터리로 제조한 가짜 경유의 품질이 나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L당 100원을 아끼려고 가짜 석유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경유의 품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정부가 인정하는 ‘진짜’ 경유에도 문제가 많다. 어차피 세월이 흐르면 자동차의 성능은 떨어지기 마련이고, 연료공급 계통의 부품이 막히거나 파손되기도 한다. 경유차의 배출가스는 어차피 맹독성으로 건강과 환경에 해가 된다. 가짜 경유 때문에 일어나는 안전사고가 흔한 것도 아니다.
정부가 가짜 경유를 요란스럽게 단속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가짜 경유가 유류세를 납부하지 않은 ‘탈세 경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는 근거도 석유사업법이 아니라 ‘조세범 처벌법’이다. 2017년 가짜 경유에 의한 탈루 세액이 무려 6400억원이었다고 한다. 2013년에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지하경제 1호’로 지목하며 가짜 경유 척결을 강조했다.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경유의 15%가 가짜라는 추정도 있었다.
가짜 경유는 과도하고 불합리한 유류세를 도입한 1999년부터 등장했다. L당 340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에 교육세(15%), 주행세(26%)를 더한 480원의 유류세가 부과되는 것이 문제다. 부가가치세까지 합치면 정부가 거둬가는 세금이 주유소 경유값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유류세를 개편하지 않으면 가짜 경유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20년 동안 뼈아프게 경험한 진실이다.
기름값이 싼 지금이 과도하고 불합리한 유류세를 개편할 마지막 기회다. 환급금·보조금·면세를 정비하면 세수 감소를 걱정할 이유도 없다. 지하경제도 사라진다. 맹목적인 가짜 경유 단속이 능사가 아니다.
가짜 석유 단속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유사(類似) 석유’라고 불렀다. 2003년에는 법원이 자신들의 제품이 가짜가 아니라 신기술로 개발한 첨가제·대체연료라고 우기던 세녹스의 손을 들어준 황당한 일도 있었다. 정부가 가짜 휘발유를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뜻이다. 뒤늦게 국세청이 나서 무거운 세금을 물리겠다고 호들갑을 떨었고, 2004년에는 석유사업법도 개정했다.
그러나 가짜 석유의 정체는 여전히 분명치 않다. 차량·기계 연료로 사용할 목적으로 석유제품·석유화학제품을 혼합해 제조한 것이 가짜 석유라고 한다. 석유사업법에 따르면 그렇다. 그런데 가짜가 진짜와 어떻게 다른지는 알 길이 없다. 석유에 대해 문외한인 관료·국회의원들이 마련한 황당한 규정이다. 석유사업법만으로는 애써 가짜 석유를 생산·판매하는 업자를 이해할 수가 없다.
기능적으로도 가짜 석유를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휘발유·경유라는 ‘물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1892년 디젤 엔진을 처음 개발한 루돌프 디젤이 처음 사용한 연료는 석탄 가루였다. 1900년 파리엑스포에서는 땅콩기름을 연료로 사용했다. 지금도 다양한 식물성 원료로 생산한 경유가 사용되고 있다.
정부의 가짜 경유 판별 기술이 대단한 것도 아니다. 난방용 등유에 넣어놓은 ‘식별제’를 이용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마저도 활성탄을 이용해 제거해버리는 업자들의 잔꾀 앞에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이제는 흡착제로 쉽게 제거할 수 없는 새로운 식별제를 개발했다고 한다. 크게 자랑할 일이 아니다. 어차피 등유 대신 용제(솔벤트)를 혼합해서 제조한 가짜에는 쓸모가 없는 기술이다.
정부가 소비자를 위해 가짜 경유를 단속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가짜 경유가 자동차의 성능을 떨어뜨려 안전사고를 일으키고, 사람과 환경에 해로운 배출가스를 내뿜는다는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물론 엉터리로 제조한 가짜 경유의 품질이 나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L당 100원을 아끼려고 가짜 석유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경유의 품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정부가 인정하는 ‘진짜’ 경유에도 문제가 많다. 어차피 세월이 흐르면 자동차의 성능은 떨어지기 마련이고, 연료공급 계통의 부품이 막히거나 파손되기도 한다. 경유차의 배출가스는 어차피 맹독성으로 건강과 환경에 해가 된다. 가짜 경유 때문에 일어나는 안전사고가 흔한 것도 아니다.
정부가 가짜 경유를 요란스럽게 단속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가짜 경유가 유류세를 납부하지 않은 ‘탈세 경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는 근거도 석유사업법이 아니라 ‘조세범 처벌법’이다. 2017년 가짜 경유에 의한 탈루 세액이 무려 6400억원이었다고 한다. 2013년에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지하경제 1호’로 지목하며 가짜 경유 척결을 강조했다.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경유의 15%가 가짜라는 추정도 있었다.
가짜 경유는 과도하고 불합리한 유류세를 도입한 1999년부터 등장했다. L당 340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에 교육세(15%), 주행세(26%)를 더한 480원의 유류세가 부과되는 것이 문제다. 부가가치세까지 합치면 정부가 거둬가는 세금이 주유소 경유값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유류세를 개편하지 않으면 가짜 경유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20년 동안 뼈아프게 경험한 진실이다.
기름값이 싼 지금이 과도하고 불합리한 유류세를 개편할 마지막 기회다. 환급금·보조금·면세를 정비하면 세수 감소를 걱정할 이유도 없다. 지하경제도 사라진다. 맹목적인 가짜 경유 단속이 능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