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랜 고심 끝에 ‘서울 및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어제 내놨다. 신규 택지 발굴,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조정, 공공 재건축·재개발 등을 통해 총 26만 가구 이상을 공급하는 방안이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확대가 필수”라고 수없이 지적했어도, 정부는 “주택보급률이 100%를 웃돈다”며 수요억제책으로 일관해 집값 급등을 자초했다. 그런 만큼 정부가 공급확대의 시동을 건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정부 안대로면 2016~2020년 서울 입주 및 입주예정 물량(총 24만6000가구)보다 많은 주택이 순차 공급돼 수급 개선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정부·여당 바람대로 ‘투기를 근절하고 시장을 안정시키는 분기점’이 될지 의문스러운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재건축을 틀어막은 초과이익환수제는 놔둔 채, 실효성이 의심되는 ‘공공참여형 고밀도 재건축’을 들고나온 게 대표적이다. 이 안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참여하는 조건으로 용적률을 최대 500%, 층수는 최고 50층까지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개발이익의 90% 이상을 공공분양·임대 등으로 기부채납하게 하는 ‘족쇄’를 채워버렸다.

재건축 조합들은 용적률 확대로 늘어나는 가구들을 일반분양해 발생하는 이익으로 사업비를 줄이고, 단지도 고급화하는 경로를 밟아 왔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동력(動力)이 개발이익인데, 일정 부분 환수하는 수준이 아니라 몽땅 환수한다면 어느 조합이 선뜻 참여할까 싶다. 서울시조차 “공공재건축의 경우 민간이 참여할지 여부에 대해 의문이 든다”며 정부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 정도다. 상당수 조합들도 “참여할 생각이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공급확대는 주택 숫자만 늘리는 게 아니라 ‘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 새집을 짓는 것이어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집값 불안의 진원지에 실질적으로 공급을 늘릴 재건축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이명박 정부가 서울 뉴타운 활성화를 통해 치솟는 집값을 잡은 선례도 있다. 늦었지만 재건축 조합들이 사업 추진에 매력을 느낄 만한 인센티브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벌써부터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효과가 하루도 못 갈 대책을 내놓은 진짜 목적은 집값 안정보다 재건축 소유주들을 고립시키는 것”이란 의구심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의심을 지우려면 이번 공급확대 대책이야말로 정교하게 보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