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재확산한 가운데 의사 파업으로까지 치달았던 정부·여당과 의료계 간 갈등이 일단락됐다. 핵심 쟁점이던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에 대해 정부·여당이 관련 논의를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원점에서 재논의키로 대한의사협회와 합의한 것이다. 이 외에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를 포함한 4대 의료정책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의사협회 등과 긴밀히 논의키로 했다.

이로써 지난 2주간 의료계 파업은 일단 봉합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 불거진 극한 대립이 뒤늦게나마 수습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촉발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방식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같은 인화성 강한 정책은 의사와 환자 등의 이해가 첨예한 사안이다. 그런 만큼 이해관계자의 폭넓은 이해와 공감대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형식적인 협의회만 몇 번 거친 뒤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려 했다. 특히 의사들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상황이어서 추진 시점도 부적절했다. 전공의와 의사들이 파업에 나서자 정부는 의사와 환자, 의사와 간호사를 편 갈라 여론전을 펼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이런 방식으론 정책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정부의 반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번에 추진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할 사안이 아니다. 의료서비스 수요자인 국민과 공급자인 의료진 등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신중히 추진해야 마땅하다. 의료계를 납득시킬 수 있는 진솔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의사들도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무조건 반대할 게 아니라 진료과와 지역에 따른 의료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의료계 파업사태가 파국을 피하긴 했지만 근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 가장 바람직한 의료개혁 방안이 무엇인지 진지한 논의를 본격 시작해야 한다. 그와 관련해선 공공의료기관 개선을 위한 예산확보, 전공의 수련 환경과 전임의 근로조건 개선, 의료수가 등 지역의료 지원책 마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 개선 등 논의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합리적 대안이 나올 때까지는 코로나 확산세를 저지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방역에 정부와 의료진이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