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국내 주력 제조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불법파업 등으로 해고됐던 강성 노조원들이 다시 노조 활동을 재개할 수 있어서다. 지난 5년간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당했다’며 구제를 청구했다가 기각된 해고자만 8138명이라고 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해고된 회사의 노조에 재가입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이들이 회사를 상대로 보복 투쟁에 나설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필요하다며 노조법 개정을 강행했다.

노조법 개정으로 내년 노사관계는 험로가 불가피하다. 불법으로 생산라인을 점거하고, 심지어 파업에 불참한 동료를 폭행했던 강성 조합원들이 노조에 복귀하면 임금·단체협상에서 분규가 터질 공산이 크다. 개정 노조법이 시행되는 내년 하반기에 임단협을 앞두고 있는 기업들은 초비상이다.

자칫 노사분규가 만성화해 제조업 경쟁력이 추락한다면 한국판 ‘러스트 벨트’가 생길 수도 있다. 러스트 벨트는 한때 대표적 공업지대였다가 높은 인건비와 강성 노조 등으로 인해 공장이 빠져나가면서 지역 경제가 쇠락한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 지역을 일컫는다. 공장이 떠난 도시마다 일자리가 줄고, 폐허 같은 건물만 남아 지역경제가 침체 구렁텅이에 빠져 있다. 이런 러스트 벨트가 한국의 대표 공업지대인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등에서 재연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정부는 경영계의 우려를 엄살로 치부해선 안 된다. 기업들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의 법인세율과 각종 규제에 지칠 대로 지쳐 있다. 여기에 강성 노조의 투쟁에까지 휘말리면 더 이상 한국에서 공장을 돌릴 이유가 없어진다. 기업이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하면 한국판 러스트 벨트가 생기는 건 시간문제다. 공장이 떠나 제조업이 공동화된 지역에 다시 기업을 유치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정부는 진정성 있게 기업의 호소에 귀 기울이고, 기업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용인할 정도라면 경영계 숙원인 파업 때 대체근로라도 허용하는 보완입법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는 세계 최강의 전투적 노조를 만든 ‘노조의, 노조에 의한, 노조를 위한 정부’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