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4년까지 에너지 수급계획이 담긴 9차 전력수급계획안을 확정 공개했다. 2034년까지 가동연한 30년이 도래하는 석탄발전 30기를 폐지하고 이 중 24기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대체한다. 원자력 발전은 신한울 3·4호기 백지화를 포함해 현재 24기를 17기로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는 발전설비 용량을 현재의 약 4배로 늘리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번 계획에 대해서는 전력수급 예측부터 현실성이 결여된 졸작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쏟아져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전력공급 부문이다. 정부는 석탄(35.8GW)과 원전(23.3GW)의 설비용량을 2034년까지 각각 29.0GW, 19.4GW로 줄이는 대신 LNG는 현재 41.3GW에서 59.1GW로, 신재생은 20.1GW에서 77.8GW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의 급속 확대는 막대한 비용과 낮은 발전 효율성을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5년8개월 동안 전국 6만여 곳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19조원 가까이 투입됐지만 생산한 전력은 건설비가 4조원 미만인 신고리 4호기 원전 한 개 수준에 그친다. 게다가 정부가 밝힌 중간 목표(2025년까지 42.7GW로 확대) 달성을 위해서는 4년 내 분당의 6배 면적에 해당하는 땅을 태양광 패널로 덮어야 할 판이다. 실현 불가능하거나 천문학적 비용 투입으로 전기료 급등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전력수요를 과소 예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034년 최대전력수요를 102.5GW로, 연평균 증가율을 1.0%로 전망했다. 워킹그룹 초안과 비교하면 최대전력수요 예상치가 1.7GW 낮아졌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상황 등을 반영했다지만 코로나 영향이 15년간 계속된다는 가정은 비현실적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가 밝힌 ‘2050 탄소중립’ 정책과 상충된다는 점이다. 일본 중국 등은 탄소중립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원전을 늘릴 계획이다. 반면 정부는 탄소중립을 한다면서 ‘탈원전’을 고집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LNG발전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화석연료인 LNG 발전을 늘려서는 탄소중립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모든 문제의 바탕에는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밀어붙이기’가 있다. 발전효율과 비용, 온실가스 배출 등 다각적 측면에서 ‘발전원(源)별 최적 조합’을 찾아야 함에도, 탈원전을 대전제로 나머지 변수를 꿰맞추다 보니 전체 그림이 헝클어지는 것이다.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로 ‘월성 1호기 부당 폐쇄’ 혐의가 짙어지고 있는데 정부는 언제까지 탈원전을 고집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