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지역민원 성격이 다분한 ‘특별법’을 우후죽순 격으로 발의하고 있다. 혈세가 투입될 지역개발 사업과 각종 보상 등을 위해 특별법을 남발하는 것이다. 표를 위해 현금 살포 못지않은 ‘악성 포퓰리즘’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특별법은 헌법과 형법, 민법처럼 국민 모두에게 효력이 미치는 일반법과 달리 특정한 지역, 사건, 사람에게 한정해 적용되는 법률이다. 일반법과 영역이 겹칠 경우 특별법이 우선이다. 일반법보다 제·개정 과정이 비교적 간편해 의원들이 지역민원 해결수단으로 특별법을 선호하면서 발의건수도 갈수록 늘고 있다. 19대 국회 832건에서 20대 국회 1275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21대 국회 들어선 불과 8개월 동안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한전공대 특별법,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특별법 등 424건이 발의됐다. 이런 추세면 21대 4년간 2000건을 넘길 수도 있다.

특별법 홍수가 초래하는 부작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별법이 선거를 앞두고 급조되고, 지역민원 성격이 강하다 보니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데도 재원대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10조원 이상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덕도 특별법만 하더라도 비용추계는 입주 외국인투자기업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첨부조차 안 됐다.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돼 ‘세금 먹는 깜깜이 사업’으로 출발할 판이다.

특별법이 또 다른 특별법을 낳는 도미노 현상도 심각하다. 가덕도 특별법이 발의되자 다른 지역에서도 특별법 제정을 통한 사회간접자본(SOC)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당장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과 제주자유도시 조성 특별법이 발의됐고, 서남권 통합신공항 특별법 제정 얘기도 나온다. 특별법은 기존 법체계와 충돌할 수 있고, 특정 지역에 특혜를 줘 ‘만인 앞의 평등’이란 법의 기본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 오죽했으면 20대 국회 때 법제사법위원회가 “특별법이 기존 법령과 모순되거나 저촉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발의 자제를 당부했지만 의원들에겐 ‘마이동풍’이다.

특별법은 그 나름의 효용성이 있다. 시급히 대처해야 할 대형 재난·사고 등 특별한 목적에 활용하는 게 취지에 맞다. 하지만 특별하지도, 시급하지도 않은데 ‘묻지마’ 식으로 특별법을 남발하는 것은 법의 권능과 국회 권위를 떨어뜨릴 뿐이다. 선심성 특별법 남발을 금지하는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