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고령층이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 백신의 최우선 접종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정부의 백신 접종계획도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당초 3월 말까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 130만 명에게 우선 접종할 계획이었으나 대상자가 75만9000명으로 줄었다.

정부가 어제 화이자 백신 300만 명분, 노바백스 백신 2000만 명분 등을 추가로 도입하기로 하고 2분기부터 이들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고 밝혔지만 1분기 접종 차질은 기정사실이 됐다. 1분기 도입물량 100만 명분 중 94만 명분이 AZ 백신인데, 3상 결과가 빨라야 내달 말에나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2분기 이후 접종 스케줄도 유동적이다. 정부는 내달 말부터 화이자 백신 공급이 시작된다고 했지만 얀센, 모더나 등 2분기 공급이 예정된 백신들의 접종시점은 확정하기엔 이르다. 국제 백신 배분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의 공급 시기도 매우 불투명하다. 여기에 2분기로 미뤄진 65세 이상 고령자들까지 감안하면 현재로선 ‘언제 누가 어떤 백신’을 맞을지 알 수 없다.

여러 백신의 공급이 몰릴 2분기에는 병목현상이 예상되는 데다 ‘백신 불신’이 커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서울대 교수팀의 조사 결과 성인의 30%가 자신의 접종순서를 미루거나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올해 말로 기대하는 집단면역 형성 시기도 내년으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

접종 차질의 근본 원인은 백신 조기확보에 실패한 데 있다. 선진국들처럼 상대적으로 효능이 우수한 백신을 일찌감치 확보하고 AZ 백신이나 코백스 퍼실리티 공급분은 ‘비상용’으로 추가했다면 지금 같은 혼선은 없었을 것이다. AZ 제품이 불가피하게 국내 1호 백신이 됐지만 정부는 ‘65세 이상 접종 불가’의 경우를 대비한 별도 플랜도 없었던 듯하다.

백신 확보에서도, 접종 스케줄에서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플랜B’가 없으니 이런 혼란과 불신이 생기는 것이다. 오는 26일부터 시작하는 한국의 백신 접종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늦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어차피 늦었다면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차분하고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서 국민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 당장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우왕좌왕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