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금융시장 60년 최대 변화…리보금리가 사라진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실질적 경제 컨트롤 타워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미국 하원 증언에서 리보(Libor)금리를 올해 말까지 완전 교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960년대 중반 이후 국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기준금리로 활용되고 있는 리보금리가 새 기준금리로 대체된다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60년 만에 최대 변화로 기록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인가, 올릴 것인가와 그 폭을 얼마나 가져갈 것인가’ 하는 금리 변동에만 초점이 맞춰졌지만, 앞으로는 금리 교체가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교체란 종전의 기준금리를 새로운 기준금리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리보금리가 교체되는 것은 각종 조작 사건에 휘말리면서 기준금리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신뢰가 땅에 떨어진 탓이다. 2008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수사를 시작으로 2009년에는 영국 금융감독원(FSS)과의 수사 공조, 2012년 바클레이즈은행에 첫 벌금 부과, 2015년 도이체방크에 대규모 벌금 부과 등 리보금리 조작 사태가 끊이지 않았다.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금융시장 60년 최대 변화…리보금리가 사라진다
당사국인 영국은 2021년까지 리보금리를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이 주축이 돼 리보금리를 대체할 새로운 기준금리를 연구해왔다. 중심이 된 인물이 2015년 당시 Fed 의장이었던 옐런 재무장관이다. 리보금리를 교체하겠다는 옐런의 발언은 처음 나온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준비해온 결과다.

리보금리 대안으로 검토해온 게 ‘담보부 조달금리(SOFR)’다. 산출 방식이 실제 거래금액을 감안한 중간 금리라는 점은 리보금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무담보인 리보금리와 달리 SOFR은 담보부 금리인 데다, 익일물 확정금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루 평균 거래액도 리보금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조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SOFR이 기준금리로 사용될 경우 국제금융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자금조달 기준금리를 어느 국가의 것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국제금융 중심지가 바뀌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통화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리보금리를 기준금리로 삼아왔다. 국제금융 중심지도 ‘런던’이었다.

그 뒤 리보금리가 각종 조작 사건에 휘말림에 따라 미국의 3개월 재무부 증권금리로 대체되면서 ‘뉴욕’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로 잠시 주춤한 적이 있지만 모든 면에 걸쳐 국제금융 중심지는 뉴욕으로 완전히 넘어왔다. 리보금리가 SOFR로 대체되면 국제금융 중심지로서 뉴욕의 위상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를 느낀 영국도 리보금리 대신 ‘소니아(SONIA)’를 새로운 기준금리로 검토해왔다. 하지만 결정 방식이나 무담보 금리라는 점에서 리보금리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환매 금리, 즉 레포(Repo)도 검토했지만 다른 금리와의 연계성, 즉 금리 체계에 한계를 지니고 있다.

리보금리를 SOFR로 바꾸는 문제와 별도로 Fed는 기준금리로 사용해온 연방기금금리(FFR)를 ‘익일 환매 금리(on RRP)’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한 뒤 2015년 2분기부터 보조지표로 삼고 있다. 통화정책상 기준금리로서 갖춰야 할 기능이 FFR보다 뛰어나 Fed의 통화정책상 새로운 기준금리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SOFR, on RRP 등이 새로운 기준금리가 되려면 최소한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국제금융시장을 상징할 수 있을 정도의 대표성이 있어야 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정도의 보편성도 지녀야 한다. 국제금융시장에 존재하는 각종 금리 간 체계에서도 기준금리가 돼야 한다. 그래야 국제금융시장 상황을 잘 반영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국제금융시장에도 커다란 변화가 닥치고 있다. 국제금융 중심지의 이동, 기준금리 교체와 함께 디지털 통화 시대도 본격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환율, 금리, 주가 등 각종 금융 변수에도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가 대외 환경 및 채산성 변수에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닥칠 국제금융 환경과 질서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대책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