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그야말로 광풍이 불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개발자가 장난삼아 만든 코인의 거래대금이 유가증권시장 거래액을 앞지르는가 하면, 신규 상장된 50원짜리 코인이 30분 만에 5만3800원으로 1000배 넘게 치솟는 일까지 벌어졌다. 어떻게도 합리적 설명이 어려운 과열이고, 쏠림이다.

암호화폐가 진짜 ‘화폐’인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산인지는 세계적으로도 논쟁이 한창이다. 시장에선 비트코인 등의 ‘화폐’로서 가능성을 옹호한다. 하지만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 등과 주류 경제학자들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가 아닌 암호화폐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는다. 투기수단일 뿐이라고 단정한다.

이런 논란에도 암호화폐 시장에는 계속 돈이 쏟아져 들어온다. 특히 한국은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생길 만큼 수요가 폭발적이다. 투자자 절반 이상이 2030세대라는데, 취업이 어렵고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집을 사기도 힘든 상황에서 빨리 큰돈을 벌겠다는 조급한 심리가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형적인 거품이다. 거품이 터질 때 결과가 어떤지는 닷컴버블 붕괴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미 경험했다.

현 시점에 다시 한번 새겨야 할 것이 ‘투자자 자기 책임’ 원칙이다. 암호화폐뿐 아니라 모든 투자상품은 기대수익이 높은 만큼 위험도 크다. 암호화폐 투자자 가운데 현재 시세가 코인의 ‘본질 가치’를 반영한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냥 오를 때 올라탔다가 떨어지기 전에 빠져나오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그 타이밍을 놓쳐 손실을 본다면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

금융당국도 사기, 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되는 것은 단속해야 하지만 무조건 시장에 규제의 칼을 들이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도로에 차선과 신호등을 설치하듯’ 시장에 필요한 최소한의 룰을 만들어주는 게 당국의 역할이다. 혹여 과열된 시장이 폭락하더라도 투자자 ‘떼법’에 밀려 계좌개설한 은행 책임이나 손실 보상 등을 운운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