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정부가 10년 단위로 수립하는 것으로, 철도정책의 기본 골격이자 미래교통 청사진이다. 그간 세 차례에 걸쳐 수립·집행됐다. 지난달 22일 공개된 것은 2021~2030년 시행할 제4차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이 매달려온 4차 계획이 발표된 지 한 달도 안 돼 변경되게 됐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D노선(김포~부천)이 바뀌는 것이다.

오랜 조사와 연구 끝에 김포~부천 사이로 정해진 이 노선이 서울 여의도·용산으로 갑자기 연장되는 과정과 배경에 냉철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 강남지역과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노선 주변 주민의 반발이 나오자마자 김포·부천 지역 국회의원들의 ‘단식농성 준비설’이 들렸다. 이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간담회에서 “이대로 가면 내년 대선에서 어렵다”는 언급이 오가더니 10년짜리 정부 계획이 바로 조정되는 분위기다.

교통전문 국책연구기관과 주무부처가 공들인 결정이 이렇게 마구 휘둘려도 되는 것인가. 서울 서남권 교통여건이 한 달 새 갑자기 악화된 것도 아니다. 이 지역의 정체나 광역교통망에 대한 해묵은 민원은 정부와 교통연구원이 이미 수렴해왔고, 정해진 가용예산 내에서 수도권 전체 균형을 꾀하면서 속칭 ‘김부선’으로 정리됐던 것이다. 수조원씩 왔다 갔다 하는 사업비 문제와 서울지하철 2·7·9호선과의 중복까지 고려한 결론이었다고 정부도 설명해왔다. 그런데 ‘선거 불리’ 지적에 급변한다.

‘김포골드라인’ 보강 등 이 지역의 교통 개선에 눈감자는 게 아니다. 김포 등 1·2기 신도시뿐 아니라 3기 예정지까지 수도권 광역교통은 총체적으로 더 보완돼야 한다. 문제는 중장기 철도계획이 이렇게 여반장으로 바뀌면 다른 지역에선 또 어떤 요구를 할 것인가다. 지역 의원이 앞장서 ‘실력 행사’에 나설 때마다 뜯어고친다면 거창한 10년짜리 철도계획이 무슨 소용인가.

해당 지역에서는 ‘용산 변경안’도 못 받아들인다며 강남 직통노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한번 흔들리면 예비타당성 조사든, 민자유치 적격심사든 향후의 필수 절차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당 지자체들이 급증할 비용의 일부라도 선뜻 분담하겠다고 할 공산도 크지 않다. 온갖 무리수로 몰아친 ‘가덕도 공항’만 문제가 아니다. 전국 곳곳의 허다한 SOC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한 달도 안 돼 바뀌는 철도정책을 보면 이미 대선이 시작된 것 같다.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과연 어떤 일까지 벌어질지 겁부터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