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와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 사태에 이어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에서도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공기업 비리가 확인됐다. 내부 정보를 이용해 자회사인 HMM(옛 현대상선) 주식에 투자해 부당 이득을 챙긴 사실이 해양수산부 감사로 발각된 것이다. 내부 정보로 얻은 시세 차익이 2억원에 달하기도 한다니 국민은 또 억장이 무너진다.

해진공은 한진해운 파산 후 위기에 처한 해운업의 재건을 목표로 2018년 출범해 투자 보증 등의 금융 지원 업무를 수행 중이다. 유일한 국적선사인 HMM도 해진공의 전폭 지원에 힘입어 주가가 1년 새 10배 넘게 폭등했다. 해진공 직원들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해운사 주식투자가 금지돼 있는데도 HMM이 대규모 흑자 전환하는 과정에서 내부 정보로 부당 이득을 얻었다. LH 직원들이 신도시 개발 계획을 빼돌려 땅투기에 나선 것과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LH·관평원 사태 와중에 또 터진 해진공 사태는 ‘도대체 성한 공기업이 있기는 한가’라는 깊은 회의감을 안긴다. 이제 둔감해질 정도지만 하나하나 꼽아 보면 기막힌 일의 연속이다. 아파트 특별공급(특공)이 대표적이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를 기만하면서 신청사를 짓고 49명이 특공을 받은 관평원 외에도 ‘엉터리’ 특공 사례는 부지기수다. 한전 지사들은 세종시 사옥을 불과 10여㎞ 이전하면서 192명이 특공 혜택을 받았고, 그중 2명은 분양만 받고 퇴직했다.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마저 세종시 산업단지 지정 발표 전 인근에 9억원대 토지·건물을 매입했다. 채용 비리, 방만 경영 등 해묵은 문제도 점점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이달 초에도 새만금개발공사 등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 네 곳이 채용 비리로 수사 의뢰되고, 11개 기관은 징계·주의 처분을 받았다.

일련의 공기업 비리는 낙하산 인사의 예고된 결과이기도 하다. LH·관평원의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논란’처럼 해진공 사장 역시 민주당 부산시당 공천관리위원장 출신이다. 그래도 집권층은 ‘아랫물’을 탓하며 야(野)3당이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특공 국정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무관용 원칙’ ‘일벌백계’를 반복 중이지만 이 역시 용두사미다. 여당 소속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10여 명의 의혹이 불거졌지만 누가 수사를 제대로 받았다는 소식은 안 들린다. 공공 부문이 이렇게 병들었는데 언제까지 적반하장과 혹세무민으로 일관할 작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