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산업생산지수가 전월에 비해 1.1% 감소해 11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줄어든 반면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는 3.5% 증가했다. 생산 소비 투자 등 주요 지표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기 회복 여부에 대한 판단도 확신을 갖기 어렵게 됐다.

2, 3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던 산업생산이 4월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반도체 생산이 10.9% 감소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통계청은 “반도체 생산이 전월 대비 급감한 것은 3월 반도체지수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경제 확대로 호조를 지속해온 반도체 생산이 주춤하면서 산업생산 전체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반도체가 경제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두말할 필요 없다. 수출의 20%를 차지하며 9년 연속 수출 1위 품목인 데다, 상장사 영업이익의 30%를 차지할 정도다. 코로나19로 수요가 급증해 경기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도 반도체다.

문제는 반도체의 영향력이 더 커지면서 부침에 따라 산업생산은 물론 경제 전체가 크게 출렁인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수급 불안이나 규제 이슈가 불거질 경우 그 충격은 고스란히 우리 경제에 전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가 곧바로 우리 반도체의 대중(對中) 수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게 대표적이다.

글로벌 충격에 내성을 강화하고 경제 기초체력을 높이려면 반도체 편중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이 뒤를 이어 든든하게 뒷받침해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판 뉴딜’ 같은 정부 주도 산업보다는 각 분야 기업들이 창의적인 비즈니스에 나설 수 있는 여건부터 조성하는 게 시급하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소위 ‘기업규제 3법’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여당은 그간 기업 규제 강화에 주력해왔다. 그러다 최근 반도체가 글로벌 이슈로 부상하자 여당 내 ‘반도체기술 특별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뒤늦게 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반도체 직접 지원보다는 노동·환경·입지·공정거래 등 일반적 기업 환경부터 개선해 제2, 제3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할 때다. 그래야 특정 산업 의존도를 낮춰 산업구조를 다양화하고, 장기적인 경기 회복 및 성장도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