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땅투기 사태로 국민에게 큰 충격을 던진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대한 혁신안을 어제 내놨다. ‘국민 신뢰 회복’으로 방향을 잡고 전관예우 근절 등 각론의 대책을 여럿 담았지만, LH를 ‘해체 수준’으로 개혁하겠다던 정부 다짐은 허언이 돼 버렸다. 토지·주택·주거복지를 어떻게 나누고, 무엇을 모회사·자회사로 삼을지에 대한 LH 조직 개편은 더 논의가 필요하다 쳐도, 나머지 대책 역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따가운 비판을 피하고 보자는 백화점식 대증 요법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신도시 등 공공택지를 개발할 때 관련 입지 조사 기능을 국토교통부가 LH로부터 회수해 직접 수행한다는 대목부터가 그렇다. 많게는 수만, 수십만 가구가 들어설 공공택지 후보지를 전국을 훑으며 조사해야 하는데, 국토부 공무원들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도맡을 수 있다는 건지 납득하기 어렵다. 해당 업무를 담당할 공공기관을 신설하거나 기능 이관 기관의 직원 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선 LH 직원 20%(2000명)를 줄여본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정부는 과거 비위 행위라도 적발되면 관련 임직원의 성과급을 환수하고 업무추진비를 15% 감축하는 등 방만경영 관행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거 공공기관 혁신 과정에서도 노조 등 힘에 굴복해 다른 식으로 이런 혜택이 보전된 경우를 국민은 익히 봐온 터다. 퇴직자가 재취업한 기업과 5년간 수의계약을 금지하게 한다는 대책도 경쟁입찰 과정에서 전관예우 관행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평가하기 어렵다.

LH 투기 사태는 임직원들이 쉽게 미공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부실한 내부 통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택지 개발 단계별로 투기를 근절하고 이익을 환수할 미시적 대책이 필요했었다. 그런데도 대책은 임원 7명인 재산등록 대상을 전 직원으로 확대하는 등 보여주기식에 머물렀다는 인상이다. 정부도 주택 공급을 지나치게 공공 및 국가 주도로 해결하려다 빚어진 사태란 점을 인식하고 민간의 자원을 적극 활용하려는 정책 전환에 나서야 하는데, 그런 고민이 안 보인다.

LH는 이제 택지 조성과 서민 주거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에 그치게 해야 한다. 이런 작업을 선행시키지 않고 ‘찔끔’ 조직개편과 지엽말단 대책만으로 LH 혁신과 신뢰 회복은 요원할 것이다. LH 수사(중간결과 발표)도 엉망이더니 대책도 변죽만 울린다는 비판까지 받아서야 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