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2020년 노인 실태조사’는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한국 사회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진다. 무엇보다 노인세대 인식이 전향적·진취적이다. 독립 가구가 급증하는 것을 보면 건강·경제, 가족 및 사회 관계, 가치관에서 “자립적 특성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복지부 평가에 동의하게 된다.

정부가 3년마다 벌이는 이 조사는 65세 이상 1만여 명의 노인을 면담한 결과다. 조사 항목도 다양해 저출산 고령사회에서의 정책 수립은 물론 발전적 노인문화 형성을 위한 각계의 노력에 크게 도움될 수 있다. 먼저 주목되는 것은 자녀와 따로 사는 노인가구가 78%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자녀와 함께 살기를 바라는 노인이 2008년 첫 조사 때 33%에서 12년 새 13%로 급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희망과 실제에서 고령세대 자립 의지가 그만큼 강해졌다. 자녀와 접촉이 줄어든 반면 이웃·친구 관계가 긴밀해진 것도 눈길을 끄는 변화다.

우리 사회가 더 관심 가져야 할 그늘도 있다. 65~69세의 55%가 생계를 위해 일하는 현실이 그렇다. 양극화는 노인계층에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물론 정년 이후의 근로는 양면성이 있다. ‘늙어서도 먹고살기 위해 일해야 한다’는 처지가 있는가 하면, ‘퇴직 후에도 경제활동을 하며 사회발전에 기여한다’는 상반된 자부심도 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해석은 경계할 일이다.

노인 실태조사 결과는 정책 수립, 학계 연구, 언론의 아젠다 설정에 객관적으로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각종 공사(公私) 연금, 건강보험·기초연금을 위시한 복지 제도, 주택 공급과 공공요금 산정 등 제도 개선의 밑자료로 쓰일 데가 많다. ‘60대 아들딸의 90대 부모 부양’ ‘초고령층의 상속’ 등 앞서 초고령사회를 경험한 일본의 다양한 고민을 보면, 세제도 그 영향권 안에 있다.

세대 문제로 보면 청년층의 노인부양 부담이 커지는 게 당면 과제다. 반면 가업 승계나 재산 상속 같은 데서는 다른 측면도 있다. 이래저래 차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고령자 비중은 늘어나게 돼 있고, 더 많은 고령층이 자녀와 독립해 살기를 원할 것이다. 고령자의 74%가 노인 기준을 ‘70세 이상’이라고 인식한 대목은 그래서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를 원용한 ‘65세 노인 기준’이 시대상에 맞는지부터 토론해 보자. 국제 통용 기준이어서 앞뒤로 잴 게 많겠지만, 이 나이 기준만 합리적으로 손봐도 국민연금 같은 공적 보험의 조기 고갈을 막고 지하철 등의 공공부채를 줄일 수 있다. 고용·노동제도 개혁의 좋은 단초도 될 것이다. 고령자 돌봄 서비스와 실버산업 육성 쪽으로 논의를 발전시키면 일자리 창출에 경제 영역 확장도 가능해진다. 건강하고 유능한 60~70대를 ‘노인’으로 묶어 퇴장시키는 것은 크나큰 손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