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 세제 개편이 기어이 ‘개악’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부동산 세금 완화’를 앞세운 한 달여 논의 끝에 어이없게도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 감축’이라는 잠정 합의안을 내놓았다. ‘징벌적 세금폭탄’을 바로잡겠다더니 한 줌 강경파의 ‘부자 감세’ 프레임에 속절없이 밀려 ‘1주택 장기보유 유도’라는 오랜 원칙마저 내팽개친 모양새다.

민주당 부동산특위가 제시한 안은 10년 이상 보유·거주 시 최대 80%인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도차익이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면 공제율 70%, 10억원 초과~20억원 이하면 60%, 20억원 초과 땐 50%를 적용하자는 주장이다. 의원총회(11일)가 남았지만 현재로선 이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데 따른 당내 강경파 반발을 ‘부자 핀셋 과세’로 무마하자는 분위기가 당 안팎에서 득세하고 있어서다.

‘부동산 정치’에 대한 민심의 압도적 질타를 경험하고도 여전히 그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대 여당의 모습이 딱하다. 과세 강화 부담이 집값에 전가돼 시장을 불안케 하는 악순환을 부른다는 점은 자신들이 밀어붙인 25번의 대책에서 충분히 입증됐다. 세금에 의존하는 정책은 ‘매물 잠김’ 현상과 시장 왜곡을 가중시켜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결국 집 없는 서민은 또 한 번 좌절할 것이고, 집주인은 세금리스크에 노출돼 옴짝달싹하기 힘들어진다. 다수의 국민이 이사 포기를 강요당해 결과적으로 거주 이전의 자유마저 침해당하는 격이다.

세정 안정성이란 측면에서도 우려가 크다. 이미 수없이 뒤바뀐 양도세는 주택 수, 취득 시점, 거주 기간·지역 등에 따른 경우의 수가 너무 복잡해져 ‘양포(양도세 계산 포기) 세무사’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마당이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에 ‘실거주 기간’이 신설되고, 최고세율이 인상(42%→45%)된 게 올 1월부터다. 자신들이 만든 세법을 6개월도 안 돼 뜯어고쳐 또 새 기준을 만들겠다니, 세법을 이렇게 정치적 목적으로 주물러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의 무리수를 보면 유주택자와 무주택자로 편 갈라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집값 안정보다 표를 중시하다 점점 ‘부동산 수렁’으로 빠져드는 행태를 끝없이 반복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존재감이 약해진 한 대선주자가 위헌 판정이 내려진 ‘토지공개념 개헌’을 또 들고나오는 지경이 됐다. 여당이 이렇게 갈팡질팡하면 국민 고통만 더 가중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