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포스트 코로나' 준비하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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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부문에 주목하는 투자자
한국선 투자 90%가 소비 분야
생산 효율화 산업에도 눈 돌려야"
김재후 실리콘밸리 특파원
한국선 투자 90%가 소비 분야
생산 효율화 산업에도 눈 돌려야"
김재후 실리콘밸리 특파원
지난 16일 미국 캘리포니아 베이에어리어의 한 아파트 사무실엔 새로운 공지가 걸렸다. “오늘은 우리가 그토록 고대하던 날”이란 문장으로 시작한 공지문에는 1년 반 동안 닫혔던 아파트 내 수영장과 체육관 등의 시설을 완전히 개방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같은 날 오전 9시 다른 도시 공공 수영장에서도 부모 손을 잡은 초등학생들이 모여 수영을 하기 전 준비운동을 하고 있었다. 전날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행정명령을 종료한 데 따라 펼쳐진 광경이었다.
미국에선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50%를 넘어가자 일상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백신 1차 접종 인구 비율은 이미 절반을 넘었고(53%), 2차 접종까지 마친 인구 비율도 절반에 육박(44%)하고 있다. 식당은 다시 손님들로 꽉 차고, 고속도로에서도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소비시장도 살아났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5월 소비 지표 중 레스토랑 매출은 전달보다 1.8% 늘어나는 등 체감 소비는 계속 확장세다. 미국의 지난 1분기 개인소비는 11.3%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상품 부문은 25.6%나 급증했다.
다른 국가들보다 일찍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고 있는 미국에선 산업도 이에 맞춰 발빠르게 변신 중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제약·바이오 부문에 사상 최대 금액(280억달러)을 투자한 미국 벤처캐피털(VC)들은 올해 들어선 블록체인을 이용한 금융부문을 비롯해 소형 위성,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 양자컴퓨터, 에어택시, 실내 농사, 지속가능한 패션 등의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 VC들은 아이디어만 있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해 보통 7~8년 후에 투자금을 회수한다.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투자에 나서고 이들 산업에 돈이 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미국 VC들은 어떤 산업이 미래를 이끌 것으로 보고 있을까.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긴 하지만 소비 업종보다 생산 부문을 오히려 주목하고 있다. 소비와 관련한 직접적인 산업보다 확장이 예상되는 소비를 효율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산업이 더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는 “미국에선 여전히 인공지능(AI)과 전기차가 변하지 않는 큰 투자 줄기”라면서도 “올해 들어선 AI와 전기차가 주제가 아니라 이를 활용한 모든 산업 분야로 투자의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AI 자체보다는 AI를 활용한 공장 자동화시스템을 비롯해 회계, 서류, 인사, 금융 등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분야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 VC의 파트너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억눌렸던 소비가 지속적으로 살아날 텐데, AI를 활용해 폭발하는 소비를 감당할 수 있는 생산 부문의 로봇이나 자동화 관련 산업이 먼저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정부의 친환경에너지 정책에 따라 AI를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관리해주거나 전기를 많이 먹는 AI를 신재생에너지로 관리해주는 등 에너지 관련 산업도 투자 대상에 넣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보다 늦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한국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선 당장 돈이 되는 산업에 투자가 몰리는 경향이 짙다. 지난해 한국에서 투자를 가장 많이 받은 10개 스타트업 중에선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베스핀글로벌이 유일하게 생산 부문에 가까운 기업이다. 비바리퍼블리카(금융) 마켓컬리(유통) 에스티유니타스(영단기) 쏘카(차량호출) 오늘의집(인테리어) 레디쉬미디어(콘텐츠) 차이코퍼레이션(핀테크) 엔픽셀(게임) 뤼이드(산타토익) 등 9개 회사는 모두 소비와 관련한 회사다.
팬데믹 기간 소비 트렌드가 바뀌면서 소비 부문의 성공적인 플랫폼들이 등장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서열은 어느 정도 완성됐다. 일종의 레드오션이 됐다는 얘기다. 다가올 미래는 누가 얼마나 AI 등의 기술을 활용해 더 효율적으로 생산을 관리할 수 있는지의 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실리콘밸리의 한국계 VC 대표는 “B2B(기업 간 거래)에서의 플랫폼을 만드는 게 미래 먹거리를 좌우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탈중앙화 금융 관련 스타트업들은 올 들어 27건의 투자를 받았다. 투자 유치 금액만 100억달러(약 11조3000억원)를 넘었다. NFT 관련 스타트업들도 23건, 9억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를 제외하면 소형 위성(3곳), 양자컴퓨터(3곳),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2곳) 등의 순이다. 우주시대를 내다보고 소형 위성을 만들어 비용은 낮추면서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스타트업이 생겼고, 이 중 2개 업체는 실제로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미국 벤처캐피털(VC)들로부터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받은 제약·바이오 등 헬스케어산업에선 4개의 스타트업이 올 들어 새로 등장했고, 2건의 투자를 받았다. 유전자 치료제를 만드는 곳(2억달러), 신경기술과 관련한 회사(9000만달러) 등이었다.
미국에선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50%를 넘어가자 일상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백신 1차 접종 인구 비율은 이미 절반을 넘었고(53%), 2차 접종까지 마친 인구 비율도 절반에 육박(44%)하고 있다. 식당은 다시 손님들로 꽉 차고, 고속도로에서도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소비시장도 살아났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5월 소비 지표 중 레스토랑 매출은 전달보다 1.8% 늘어나는 등 체감 소비는 계속 확장세다. 미국의 지난 1분기 개인소비는 11.3%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상품 부문은 25.6%나 급증했다.
다른 국가들보다 일찍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고 있는 미국에선 산업도 이에 맞춰 발빠르게 변신 중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제약·바이오 부문에 사상 최대 금액(280억달러)을 투자한 미국 벤처캐피털(VC)들은 올해 들어선 블록체인을 이용한 금융부문을 비롯해 소형 위성,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 양자컴퓨터, 에어택시, 실내 농사, 지속가능한 패션 등의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 VC들은 아이디어만 있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해 보통 7~8년 후에 투자금을 회수한다.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투자에 나서고 이들 산업에 돈이 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미국 VC들은 어떤 산업이 미래를 이끌 것으로 보고 있을까.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긴 하지만 소비 업종보다 생산 부문을 오히려 주목하고 있다. 소비와 관련한 직접적인 산업보다 확장이 예상되는 소비를 효율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산업이 더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는 “미국에선 여전히 인공지능(AI)과 전기차가 변하지 않는 큰 투자 줄기”라면서도 “올해 들어선 AI와 전기차가 주제가 아니라 이를 활용한 모든 산업 분야로 투자의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AI 자체보다는 AI를 활용한 공장 자동화시스템을 비롯해 회계, 서류, 인사, 금융 등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분야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 VC의 파트너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억눌렸던 소비가 지속적으로 살아날 텐데, AI를 활용해 폭발하는 소비를 감당할 수 있는 생산 부문의 로봇이나 자동화 관련 산업이 먼저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정부의 친환경에너지 정책에 따라 AI를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관리해주거나 전기를 많이 먹는 AI를 신재생에너지로 관리해주는 등 에너지 관련 산업도 투자 대상에 넣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보다 늦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한국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선 당장 돈이 되는 산업에 투자가 몰리는 경향이 짙다. 지난해 한국에서 투자를 가장 많이 받은 10개 스타트업 중에선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베스핀글로벌이 유일하게 생산 부문에 가까운 기업이다. 비바리퍼블리카(금융) 마켓컬리(유통) 에스티유니타스(영단기) 쏘카(차량호출) 오늘의집(인테리어) 레디쉬미디어(콘텐츠) 차이코퍼레이션(핀테크) 엔픽셀(게임) 뤼이드(산타토익) 등 9개 회사는 모두 소비와 관련한 회사다.
팬데믹 기간 소비 트렌드가 바뀌면서 소비 부문의 성공적인 플랫폼들이 등장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서열은 어느 정도 완성됐다. 일종의 레드오션이 됐다는 얘기다. 다가올 미래는 누가 얼마나 AI 등의 기술을 활용해 더 효율적으로 생산을 관리할 수 있는지의 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실리콘밸리의 한국계 VC 대표는 “B2B(기업 간 거래)에서의 플랫폼을 만드는 게 미래 먹거리를 좌우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서 암호화폐 스타트업 대거 등장
올해 들어 미국에선 암호화폐 기술과 관련한 스타트업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과 미국벤처캐피털협회 등에 따르면 이 분야에 51개의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나왔다. 구체적으로는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 26개사,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Non-Fungible Token) 관련 기술을 가진 25개사 등이다. 모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업체다.탈중앙화 금융 관련 스타트업들은 올 들어 27건의 투자를 받았다. 투자 유치 금액만 100억달러(약 11조3000억원)를 넘었다. NFT 관련 스타트업들도 23건, 9억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를 제외하면 소형 위성(3곳), 양자컴퓨터(3곳),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2곳) 등의 순이다. 우주시대를 내다보고 소형 위성을 만들어 비용은 낮추면서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스타트업이 생겼고, 이 중 2개 업체는 실제로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미국 벤처캐피털(VC)들로부터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받은 제약·바이오 등 헬스케어산업에선 4개의 스타트업이 올 들어 새로 등장했고, 2건의 투자를 받았다. 유전자 치료제를 만드는 곳(2억달러), 신경기술과 관련한 회사(9000만달러)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