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사례가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다. 그는 노조에 감금 당했던 데다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돼 두 차례나 출국금지를 당하면서 “한국에는 유능한 인재들이 아무도 오려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특히 “아이들에게 범죄자로 인식될까 봐 괴롭다”며 “한국GM 사장은 바로 전과자가 된다는 사실이 글로벌GM에도 알려져 있다”고 탄식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형사와 민사, 그리고 행정책임 영역이 명확히 구분되는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여러 법에서 중복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데다 법인과 대표를 동시에 처벌하는 양벌규정도 흔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대표적으로 대표자에 대한 징역과 벌금, 법인에 대한 벌금, 기업에 대한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 배상 등 ‘4중 처벌’을 명시하고 있다. 김기준 KIAF 부회장은 “경쟁법의 경우만 해도 OECD 회원국 중 형벌 조항을 둔 나라는 14개국에 불과한데 우리나라는 그 중에서도 가장 광범위하게 형벌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징벌적 행정규제가 만연하는 이유는 형벌만능주의와 반(反)기업정서가 결합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범죄자를 양산하고 기업 이미지 훼손, 경영 공백 등으로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집행기관의 재량권 남용으로 이어지며 각종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2019년 행정규제 위반으로 기소된 사람은 42만7000여 명으로 전체 기소자의 61%에 달했다. KIAF 설문 결과 64.2%의 기업이 징벌적 행정규제가 과도하며 83.8%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이 “징벌적 행정규제 개혁위원회를 국회와 정부에 설치해 과잉처벌 관행을 개선해 달라”고 건의한 이유다. 당정은 어제 33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을 확정했다. 하지만 기업과 기업인들을 몸 사리게 하는 나라에선 천문학적 돈 살포도 공염불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