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추진에 대한 비판이 많은 한국판 뉴딜의 ‘2.0 버전’이 조만간 발표된다고 한다. 시행 1주년을 맞아 뉴딜 사업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진다. 고용 및 사회안전망 강화 사업을 ‘휴먼 뉴딜’ 아래로 모으고, 청년·돌봄·교육 사업을 대거 뉴딜사업에 끼워넣는 등이 구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21조3000억원인 뉴딜 예산도 내년에는 10조원 이상의 대규모 증액이 불가피하다. 코로나19가 덮친 나라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뉴딜보다 더한 것도 해야 하겠지만 지금 정부 행태는 효율 제고를 위한다기보다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데 여념이 없는 듯하다. 국가장학금 지원,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노인요양시설 확충, 예술인 창작지원금 등의 기존사업을 한국판 뉴딜에 포함시켜 규모를 키우는 방식에서 잘 드러난다. 가뜩이나 집권 4년간 410조원이나 낸 빚을 올드딜 ‘표지 갈이’로 더 늘리겠다는 발상이다. 수출 대기업들의 분발이 경제를 떠받치는 상황에서 정부의 예산 증액은 효율성 높은 민간의 투자와 재원을 구축(驅逐)하는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국판 뉴딜’이라며 돈을 쏟아부은 기존 청년일자리 사업의 부실이 속속 드러난 판국이다. 한국판 ‘뉴딜 인재’를 양성하겠다던 행정안전부의 ‘공공빅데이터 청년인턴십’ 사업은 정부 자체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1조280억원이 투입된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이 ‘대포 통장’과 이중 근로계약으로 임금을 빼돌린 사례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한국판 뉴딜은 어느새 정치 구호로 물드는 모습이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각 부처에는 청년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라는 주문이 하달됐다. 공기업이 뉴딜 사업에 동원되면서 누적적자가 폭증했고 ‘지역 균형발전 뉴딜’이란 이름 아래 타당성 분석 없이 진행되는 사업도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비판에 귀 닫고 숫자 만들기와 실적 올리기에 여념이 없다. 몇 주 전에도 ‘디지털 뉴딜’에 2025년까지 58조원을 투입하겠다며 큰소리쳤지만 정작 반도체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인프라, 에너지, 녹색산업을 ‘3대 그린뉴딜’로 지목한 뒤에는 가덕도 신공항이나 원전 없는 허망한 에너지정책을 밀어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 초청받은 귀한 시간에도 한국판 뉴딜 홍보에 치중했다. 한국형 뉴딜이 뭐라도 성과를 내려면 재정퍼주기를 멈추고 규제 해소로 민간 창의를 북돋우는 방식으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