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지방 소멸과 듀얼 라이프
“별장이 생필품인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TV토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과거 발언이 논란이 됐다. “수도권 주민이 별장을 이용한다면 2주택이라고 제재할 필요는 없다. 생필품에 준하는 보호를 해야 한다”고 밝힌 게 타깃이었다. 실거주 용도라면 투기와 구분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인데, 요즘같이 ‘가진 자’에 대한 공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분위기에선 수세에 몰릴 만하다.

만약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수도권 주민이 지방에서 집을 더 갖는 것은 용인해주자’라고 제안했다면 어땠을까.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이 작년 기준 105곳(46%)으로 급속히 늘고 있는 현실 앞에서 고개 끄덕일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지방소멸 위기가 심화된 일본에선 온 나라가 ‘지방부활’에 한 마음이다. 주요 거주지 외에 제2의 생활공간을 월 1회 이상 이용하면 재산세를 수십만원 깎아주고, 일부 지자체는 고속철 승차권 보조금에 빈집 개조 지원금도 준다. 코로나 재택근무 확산까지 겹쳐 도시와 지방 두 곳에 주거지를 두는 ‘듀얼 라이프’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지만 국내에선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노력조차 별로 보이지 않는다. 소득세법 시행령상의 양도세 중과 배제(주택 수 산입 제외) 기준이 완화되기는커녕 15년째 제자리인 점만 봐도 그렇다. ‘수도권 및 광역시·특별자치시 외 지역에 있는 주택으로서 3억원이 넘지 않는 주택’이란 기준이 2006년 제정 이후 그대로다. 그 사이 양도세를 매기는 고가주택 기준은 6억원에서 1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주민등록 1.5제’를 실시하자는 제안도 있긴 하다. 현재 사는 곳과 고향 등 지방에 동시에 주민등록을 할 수 있게 하면, 지방세를 늘릴 수 있고 지역회생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기발한 발상이지만 범부처 차원에서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더 놀라운 것은 인구 감소로 죽겠다던 지방부터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지방세수를 줄이는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지방 ‘별장’에 대한 취득세 중과 조치를 개선할 만한데, 그러지 않고 있다. 오죽했으면 도시에 나가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시기심과 질투가 작동한 때문 아니겠느냐는 추측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이러다 보니 도시민들의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도 지방 ‘한 달살이’에 그치고 있는 현실이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