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에 있는 신한울 1호기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9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조건부 가동허가를 받았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 아래 작년 4월 완공 이후에도 15개월이나 미뤄졌던 결정이다. 전력난 우려와 경제적 피해 등을 감안할 때 이제라도 조건부 가동 승인이 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원안위는 원전의 안전 관련 핵심 부품(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에 대한 추가 실험, 항공기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한 후속조치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동안 원안위는 기존 원전 가동 허가 때보다 2배나 많은 횟수의 보고를 받고, 미국에서도 허용된 항공기 충돌 확률(1000만 년에 2.47회)까지 문제 삼으면서 허가를 일부러 지연시킨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가동 지연 탓에 수천억원 피해도 발생했다. 원전 안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이번 ‘조건’이 또 다른 발목잡기여선 안 될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탈원전 공약’을 밀어붙이느라 온갖 무리수를 뒀다.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에선 탈원전을 하면서 원전 수출을 독려하는 모순도 나타났다. 국민 부담이 없다더니 ‘탈원전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다. 당장의 전기료 인상은 억누르고 있지만, 그에 따른 한국전력 적자는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은 ‘탄소 중립’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원인 원전을 키우고 있는데, 한국만 ‘억지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탈원전에 반대한다는 설문 결과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최근 정부와 여당에서 좀 다른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번 원안위 결정도 김부겸 국무총리가 “완성단계인 원전을 그냥 묵히는 문제는 빨리 정리해야 한다”고 밝힌 뒤 이뤄졌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재생에너지만으로 ‘2050 탄소중립’을 이루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이제라도 탈원전 도그마에서 벗어나 ‘탄소중립’이란 큰 방향에서 현실적이고 경쟁력 있는 에너지정책을 짜야 한다. 우선 7000억원이나 투입하고도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부터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