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이 올해보다 5.02% 인상된 512만1080원(4인 가구 기준)으로 결정됐다. 인상률이 올해(2.68%)의 배에 가깝고, 최근 5년 중 가장 높다.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내년도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주거급여 등 12개 부처, 78개 복지급여 예산도 최소 5000억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저소득층 관련 예산을 크게 늘린 것이어서, 표를 의식한 ‘복지 퍼주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기준 중위소득은 전체 가구 소득의 중간값으로, 민관 합동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이하 생보위)가 매년 기초생활보장급여 기준으로 활용하기 위해 산정한다. 내년 중위소득이 크게 인상된 것은 올해부터 산정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생보위는 그동안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통계원으로 썼고, 올해까진 연간 인상폭이 1~2%대에 그쳤다. 그러다 작년 회의 때 조사 대상을 8000가구에서 2만 가구로 늘리고, 국세청 과세자료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료 납부액 자료까지 합한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대신 쓰기로 전격 결정했다.

고소득층의 소득수준을 더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지만, 그 결과 중위소득이 올라갔고, 최저생계를 지원받는 저소득층이 큰 혜택을 보게 됐다. 대선을 앞둔 절묘한 타이밍이다. 생보위는 비난을 의식한 듯 “갑작스러운 기준 변경으로 인한 재정 충격이 없도록 하겠다”며 마치 나라살림을 걱정해 주는 듯했으나 말뿐이었다. 1%대 인상을 주장한 재정당국 의견은 생보위 다수 목소리에 파묻혀 버렸다.

문제는 이런 식의 선심성 퍼주기 정책이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여당은 올해 1차 추경예산을 절반도 안 쓴 상황에서 전 국민 위로금을 명분으로 35조원 가까운 2차 추경을 편성했다. 정치인 출신이 장관인 교육부는 벌써부터 반값 등록금 정책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여권 대선주자들은 한 술 더 뜬다. 기본소득을 필두로 1억원 적금통장, 3000만원 사회출발자금 등 수십조에서 수백조원짜리 공약을 쏟아낸다. 오죽하면 같은 여권 대선주자가 “다들 나랏돈 물 쓰듯 쓰기 대회라도 나왔나”라는 비판을 했을까 싶다. 미래세대에게 텅 빈 나라곳간과 빚더미를 물려준다면, 이런 포퓰리즘 정치를 선택한 유권자도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