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기업이 역대 최대인 29개로 늘어날 것이란 한경 보도(8월 2일자 A1, 3면)는 답답한 코로나 위기 속에 청량제처럼 느껴진다. 분석 대상인 정유·석유화학·전자·철강 등 전통 제조기업들의 상반기 실적이 쾌조의 상승세를 이어간 결과다. 산업 슈퍼사이클, 코로나 특수 등에 힘입은 바도 있겠지만 코로나 직전(2019년 12개)에 비해 2.5배나 많은 ‘영업이익 1조 클럽’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한국 기업의 DNA를 다시 엿볼 수 있다.

1조 클럽에서 탈락하는 듯하다 재진입한 10개 기업의 면면이 그런 경우다. 탈원전 정책 여파로 앞날이 불투명했던 두산중공업이 유동성 위기를 딛고 부활한 게 대표적이다. 소형원자로(SMR), 수소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업체로 변신하며 올 들어 2분기 연속 흑자 행진이다. 중국의 저가 LCD 공세에 맞서 OLED 투자를 선제적으로 단행한 LG디스플레이의 판단도 적중했다. 선제 투자, 과감한 구조조정에다 신산업으로 활로를 뚫은 기업들이 악전고투 끝에 이뤄낸 성과들이다.

이런 위기극복 DNA는 갈수록 떨어지는 한국 산업의 활력을 끌어올릴 중요한 요소란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기업 중 신생기업 비율인 ‘신생률’이 2007년 17.9%에서 2019년 15.3%로, 사라진 기업 비율인 ‘소멸률’도 2007년 13.0%에서 2018년 11.1%로 각각 하락했다. 지금도 세계경기와 글로벌 기업 경쟁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변이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으로 부품 조달, 해상물류 등 글로벌 공급망이 다시 불안해지고, 3분기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 둔화가 예상되는 등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1조 클럽 기업들이 대부분 수출대기업이기 때문에 해외시장의 변수는 더욱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한국 대표기업들이 해외에서 더 벌어들이고 우리 경제를 살찌울 수 있게끔 돕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경제·산업정책이나 여권과 사회 전반의 기류가 기업활동을 범죄시하는 게 현실이다. 영업이익 1조 클럽이 50개, 100개로 늘어난다면 갈수록 시들어가는 잠재성장률(물가상승 없는 성장률 기대치)을 상승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없는지, 정책이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기업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임을 코로나 시대에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