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가 기업들을 상대로 무소불위의 압력을 행사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관련 업계의 속앓이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을지로위원회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2013년 한국 사회의 ‘을(乙)’로 불리는 경제·사회적 약자 편에 서겠다는 모토를 내걸고 출범했다. 하지만 친(親)노조 성향의 민주당이 여당이 되면서 을지로위원회가 ‘노조를 위한 해결사’ 노릇을 하는 기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기업과 노조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넘어 일방적으로 노조나 노동자 편에서 기업 ‘팔 비틀기’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을지로위원회의 33개 민원과제 중 절반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에 을지로위원회가 월권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이런 과정에서 행정부의 결정을 무시하고 소송 중인 사건에 개입하는 한편 시장원리까지도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SK브로드밴드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전보 구제 건을 중앙노동위원회가 기각했지만 을지로위원회는 원청기업인 SK브로드밴드에 이들을 직고용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이는 노동위원회 결정을 무시하는 것일 뿐 아니라 하청업체 인사권에 개입하지 못하게 한 하도급법 위반을 사실상 종용하고 있는 것이다.

쿠팡 물류단지의 코로나 감염 피해자가 회사 측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건의 경우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데도 을지로위원회는 쿠팡에 일방적으로 지원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LG 빌딩관리 계열사가 하청 청소업체를 바꾸자 이전 업체 직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나선 건에서 LG는 을지로위원회의 압력으로 결국 요구를 들어줘야 했다.

“정치적 성과를 내기 위해 권력을 이용한 찍어누르기를 하고 있다”거나 “을지로위원회가 ‘갑(甲)지로위원회’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는 이유다. 여당은 대기업, 고용주, 프랜차이즈 본사, 대형마트 등을 갑(甲)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갑·을 개념은 상대적이다.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법 절차, 시장원리를 무시하는 주체는 누구든 갑으로 봐야 한다. 지금 ‘갑 중의 갑’은 바로 을지로위원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