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전력 수급대란’으로 애태우게 된 데는 빗나간 전력 수요예측 탓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한경 8월 11일자 A1, 8면 참조). 전국의 소규모 태양광 발전을 전체 전력수급 집계대상에서 빼버리면서 정부가 7%나 빗나간 엉터리 전망을 내놨던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처럼 부실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한 시점은 지난해 12월, 결국 7개월 앞도 내다보지 못한 깜깜이 정책이었다. 당시 산업부가 예측한 이번 여름 최대 전력수요(피크 전력)는 90GW였으나 지난달 27일 96.4GW까지 치솟았다. 불볕더위에도 다행히 날씨가 맑아 태양광 발전이 풀가동되면서 블랙아웃(대정전) 위험은 피했다. 하지만 태양광 비중이 11%에 달해 겨울이나 비올 때처럼 햇빛 없이 전력수요가 많아지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에너지 정책의 기본은 정확한 수요예측이다. 반년 뒤 전망도 빗나간 판이니, 수요가 연평균 0.9%씩 증가해 2034년 최대 수요가 101.2GW가 될 것이라는 중장기 전망은 더욱 믿기 어렵게 됐다. 더구나 2015년 7차 기본계획 때 연평균 2.2% 증가해 2029년 111.9GW라고 내다봤던 것과도 격차가 크다. 같은 산업부 수요예측인데 정권이 바뀌면 이렇게 달라지는 것인가. 산업부뿐 아니라 청와대나 총리실 차원의 자세한 해명이 필요하다.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까지 받은 ‘원전 경제성 조작’ 못지않은 중대 오류여서 이것만으로 특별감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전력시장 외 태양광 발전량 파악 지시’를 보면 부실 예측 허점을 정부도 알고는 있었던 모양이다. 문제는 원전 6기만큼의 발전량을 뺀 채 어떻게 국가 전력수급계획이라고 버젓이 내놓았느냐다. 탈원전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수요를 일부러 낮춰 잡으려다 빚어진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떨치기 어렵게 됐다. 에너지 정책에서 기본이 안 돼 있다면 무능행정이고, 의도적 오류라면 이런 것이야말로 국정농단이다.

산업부는 ‘탈원전’으로 장관부터 실무자까지 법의 심판대에 올라 있다. 정책으로써의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 실행과정에서의 ‘위법·불법 행정’ 행위로 기소됐다. 그런데 ‘잡범’ 수준의 오류까지 저질렀다. 신설된 에너지 전담 차관까지 차관(급)이 3명이나 될 정도로 덩치만 컸지, 일처리는 영 미덥지 못하다. 이런 식이면 정파와 관계없이 다음 정부에서는 지금 간판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 집단이라고 자처하는 산업부 공무원들은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