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새털보다 더 가벼운 탄소중립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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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차례 회의해 마련했다는 '초안'
요란한 구호와 허황한 대안뿐
탈원전에 무너진 현실 고민 없어
탄소중립은 과속으로 해결 못해
가장 현실적인 脫탄소 기술은
원전이라는 사실 잊지 말아야
이덕환 <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
요란한 구호와 허황한 대안뿐
탈원전에 무너진 현실 고민 없어
탄소중립은 과속으로 해결 못해
가장 현실적인 脫탄소 기술은
원전이라는 사실 잊지 말아야
이덕환 <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
탄소중립위원회가 내놓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이 절망적으로 부실하다. 정부가 고집하는 탈(脫)원전을 슬그머니 저(低)원전으로 바꿔놓고, 난데없이 저석탄(1안)·탈석탄(2안)·탈LNG(3안)를 선택지로 내민 것이 고작이다. 3개 안이 본질적으로 다른 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화려하고 당당하게 밝혔던 ‘탄소중립 선언’의 진정한 의미를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대단한 어깃장이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당차게 밀어붙이던 대통령의 의지를 단숨에 꺾어놓은 공론화(시민회의) 방식을 되살리겠다는 발상도 황당하다. 근거도 파악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수치들로 가득 채워진 ‘초안’에서는 도무지 전문성과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두 달 동안 54차례의 회의를 개최해서 마련했다는 44쪽의 내용이 새털보다 더 가볍다. 요란한 구호와 공상과학(SF) 수준의 허황한 대안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지난 4년 동안의 맹목적인 탈원전·탈석탄에 무너져버린 에너지 현실에 대한 고민이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성찰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초안이 요구하는 미래 신기술은 혀를 내두를 수준이다. 기술 개발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도 갖추지 못한 엉터리 선무당들의 상상력이 놀라울 뿐이다. 우리가 원하는 기술이라면 무엇이나 뚝딱하고 만들어주는 요술방망이에 대한 허황한 기대가 만들어낸 엉터리 소설일 뿐이다.
자동차 회사에서 시작한 수소경제는 여전히 그 가능성이 불확실하다. 수소 터빈이나 암모니아 발전과 같은 ‘무탄소 신(新)전원’은 SF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해괴한 기술이다. 동북아 그리드는 에너지 안보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이고, 온실가스 포집·저장·활용(CCUS)은 먼 미래의 가능성일 뿐이다. 수소로 철(鐵)·시멘트를 생산하고, 석유화학의 납사(나프타)를 바이오 원료로 대체하겠다는 구상도 황당하다. 어쭙잖은 탄소중립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잘하고 있는 제철·정유·화학·조선·자동차·반도체 산업을 몽땅 무너뜨릴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오해도 심각하다. 간헐성·변동성을 극복할 수 없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은 불가능하다. 재생에너지가 무용지물로 전락해버리는 바람이 불지 않는 야간에도 전기가 필요한 소비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거대한 국가 전력망을 10시간 이상 지탱할 수 있는 전력저장장치(ESS)는 공허한 환상일 뿐이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만들려면 발전 설비의 ‘용량’과 ‘발전량’ 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우리도 온실가스 과다 배출에 따른 기후 재앙에 대처하기 위한 전 지구적 요구를 외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탄소중립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질퍽한 잔치판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탄소중립으로의 길은 아름답고 화려한 꽃길이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우리가 쉽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담스럽고 고통스러운 고행의 길이라는 확실한 각오가 필요하다. 국민이 감당해야 할 비용을 빼놓은 ‘미래상’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탄소중립은 함부로 삼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선뜻 내뱉을 수도 없는 계륵(鷄肋)과도 같은 것이다. 자칫하면 탄소중립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산업·환경·안보를 포함한 미래를 통째로 삼켜버릴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안전·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비전과 책임성·포용성·공정성·합리성·혁신성을 앞세운 원칙으로 화려하게 포장된 시나리오에는 평등·공정·정의를 외쳤던 2017년 대통령 취임사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정부가 뒤늦게 관심을 가진 탄소중립은 무차별적이고 무분별한 과속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 원전이 가장 현실적인 탈(脫)탄소 기술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신중한 자세와 미래지향적인 지혜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임기를 8개월 남짓 남겨둔 정부가 난데없이 수준 이하의 엉터리 ‘미래상’에 매달리는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 국가의 미래는 국민이 내년 대선에서 선택하는 차기 정부에 맡기는 것이 순리다. 아무도 빼지 못할 대못을 박아놓겠다는 어설픈 시도는 괜한 거부감만 증폭시킬 뿐이다. 자칫하면 차기 정부에 신(新) 적폐 청산의 무거운 짐만 떠안길 수도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당차게 밀어붙이던 대통령의 의지를 단숨에 꺾어놓은 공론화(시민회의) 방식을 되살리겠다는 발상도 황당하다. 근거도 파악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수치들로 가득 채워진 ‘초안’에서는 도무지 전문성과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두 달 동안 54차례의 회의를 개최해서 마련했다는 44쪽의 내용이 새털보다 더 가볍다. 요란한 구호와 공상과학(SF) 수준의 허황한 대안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지난 4년 동안의 맹목적인 탈원전·탈석탄에 무너져버린 에너지 현실에 대한 고민이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성찰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초안이 요구하는 미래 신기술은 혀를 내두를 수준이다. 기술 개발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도 갖추지 못한 엉터리 선무당들의 상상력이 놀라울 뿐이다. 우리가 원하는 기술이라면 무엇이나 뚝딱하고 만들어주는 요술방망이에 대한 허황한 기대가 만들어낸 엉터리 소설일 뿐이다.
자동차 회사에서 시작한 수소경제는 여전히 그 가능성이 불확실하다. 수소 터빈이나 암모니아 발전과 같은 ‘무탄소 신(新)전원’은 SF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해괴한 기술이다. 동북아 그리드는 에너지 안보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이고, 온실가스 포집·저장·활용(CCUS)은 먼 미래의 가능성일 뿐이다. 수소로 철(鐵)·시멘트를 생산하고, 석유화학의 납사(나프타)를 바이오 원료로 대체하겠다는 구상도 황당하다. 어쭙잖은 탄소중립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잘하고 있는 제철·정유·화학·조선·자동차·반도체 산업을 몽땅 무너뜨릴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오해도 심각하다. 간헐성·변동성을 극복할 수 없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은 불가능하다. 재생에너지가 무용지물로 전락해버리는 바람이 불지 않는 야간에도 전기가 필요한 소비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거대한 국가 전력망을 10시간 이상 지탱할 수 있는 전력저장장치(ESS)는 공허한 환상일 뿐이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만들려면 발전 설비의 ‘용량’과 ‘발전량’ 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우리도 온실가스 과다 배출에 따른 기후 재앙에 대처하기 위한 전 지구적 요구를 외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탄소중립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질퍽한 잔치판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탄소중립으로의 길은 아름답고 화려한 꽃길이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우리가 쉽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담스럽고 고통스러운 고행의 길이라는 확실한 각오가 필요하다. 국민이 감당해야 할 비용을 빼놓은 ‘미래상’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탄소중립은 함부로 삼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선뜻 내뱉을 수도 없는 계륵(鷄肋)과도 같은 것이다. 자칫하면 탄소중립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산업·환경·안보를 포함한 미래를 통째로 삼켜버릴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안전·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비전과 책임성·포용성·공정성·합리성·혁신성을 앞세운 원칙으로 화려하게 포장된 시나리오에는 평등·공정·정의를 외쳤던 2017년 대통령 취임사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정부가 뒤늦게 관심을 가진 탄소중립은 무차별적이고 무분별한 과속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 원전이 가장 현실적인 탈(脫)탄소 기술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신중한 자세와 미래지향적인 지혜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임기를 8개월 남짓 남겨둔 정부가 난데없이 수준 이하의 엉터리 ‘미래상’에 매달리는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 국가의 미래는 국민이 내년 대선에서 선택하는 차기 정부에 맡기는 것이 순리다. 아무도 빼지 못할 대못을 박아놓겠다는 어설픈 시도는 괜한 거부감만 증폭시킬 뿐이다. 자칫하면 차기 정부에 신(新) 적폐 청산의 무거운 짐만 떠안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