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 칼럼] 정부조직 개편? 땜질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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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정부와 관료사회로는
시대적 大전환 선도는커녕
개인·기업 혁신에 방해만 돼
AI시대 플랫폼 조직 도입과
구조조정·재교육·외부수혈로
정부 틀을 통째로 바꿔야
안현실 AI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시대적 大전환 선도는커녕
개인·기업 혁신에 방해만 돼
AI시대 플랫폼 조직 도입과
구조조정·재교육·외부수혈로
정부 틀을 통째로 바꿔야
안현실 AI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겠다.” “디지털혁신부를 설치하겠다.” 대선주자들이 잇달아 정부 부처 신설 또는 개편 공약을 내걸고 있다. 각 부처는 살아남기 위해 행정학자들에게 용역을 발주하거나 유력 대선주자 캠프에 줄을 대기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게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정부와 관료사회다.” 미래학자 짐 데이터 하와이대 교수의 말이다. 산업혁명으로 탄생한 근대정부의 관료제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비능률’ ‘저생산성’ 등의 병폐를 상징하는 말이 된 지 오래다. 학자들은 관료주의(bureaucracy)에서 실력주의(meritocracy)로, 실력주의에서 스타트업처럼 문제를 해결하거나(adhocracy) 위계질서를 배제하고 구성원들이 혁신을 도모하는(holacracy) 모델로 갈 것을 제안한다. 정부도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불행히도 한국의 관료주의는 불확실성과 위험을 기피하고 규정과 절차주의를 고수하는 등 더욱 강해지는 형국이다. 과거 개발연대에서는 ‘계획=실행’이란 효율성이라도 보장됐다. 지금은 정부가 쏟아내는 수많은 계획이 발표로 수명을 다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효율성마저 상실한 것이다. 정부는 세계 1, 2위 ‘전자정부’라고 자랑하지만 기업과 국민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규제개혁 없는 전자정부는 관료제의 기술적 치장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기존의 정부로는 발생 가능성이 낮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X이벤트’나 ‘와일드 카드’가 터지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증명되고 있다. ‘위기의 상시화’를 전제한다면 코로나19 같은 팬데믹, 기상이변에 따른 자연재해, 대규모 블랙아웃, 지진 등 극단적인 사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 환경 변화를 조기에 포착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정부로 가야 하는 것은 국민 생존의 문제다.
10년 전인 2011년 세계경제포럼(WEF)은 ‘정부 전환(government transformation)’을 제안했다. 방향은 ‘패스트(FAST: Flat·Agile·Streamlined·Tech-enabled)’다. 시민 참여와 부처 간 수평적 협업,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자기조직화, 향상된 인적 역량을 통한 효율적 행정,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활용 능력으로 무장한 정부다. 데이터와 AI로 변화의 징후를 감지하고, 실시간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디지털 트윈’으로 정책의 결과를 시뮬레이션하는 등 최적의 의사결정을 추구하는 정부는 ‘미래의 과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다.
대선주자들이 공약으로 쏟아내는 부처 신설이나 개편은 땜질에 불과하다. 환경부의 기후 조직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조직을 합쳐 기후에너지부를 설치하면 에너지 전환을 포함한 탄소중립으로 갈 수 있다는 발상부터 단세포적이다. 부처 간 수평적 협업이 안 되면 산업이 후순위로 밀려나 다 사라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디지털혁신부도 마찬가지다. 모든 부처가 디지털혁신부로 재탄생해도 부족할 판이다. 국민과 기업은 부처 경계를 넘어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 정부’를 원하는데 부처 간 칸막이만 더 늘어나게 생겼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의미있는 조직개편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이유를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노무현 정부는 혁신·인력 등 미시경제를 과학기술부총리가 총괄하는(이를 위해 과학기술혁신본부도 설치) 실험을 했지만, 예산을 거머쥔 부처의 관료주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과 과학기술, 산업과 정보통신을 통합하는 ‘대(大)부처’로 갔지만, 물리적 통합의 한계만 보여줬다.
미래정부로 가려면 하드웨어(HW)뿐 아니라 소프트웨어(SW)도 바꿔야 한다. 관료가 그대로면 달라질 게 없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든가, 재교육을 하든가, 민간 전문가를 대폭 수혈하든가, 인적 물갈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규제당국의 쇄신은 특히 시급하다. 디지털 전환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료가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알 리 없다. 곳곳에서 디지털 전환을 놓고 경쟁을 방해하는 일이 벌어지는데도 대응을 못 하는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이 그렇다. 규제당국부터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춘 인력으로 싹 갈아치워야 한다.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정부 팽창’이 아니라 ‘정부 전환’이다.
“세상의 모든 게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정부와 관료사회다.” 미래학자 짐 데이터 하와이대 교수의 말이다. 산업혁명으로 탄생한 근대정부의 관료제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비능률’ ‘저생산성’ 등의 병폐를 상징하는 말이 된 지 오래다. 학자들은 관료주의(bureaucracy)에서 실력주의(meritocracy)로, 실력주의에서 스타트업처럼 문제를 해결하거나(adhocracy) 위계질서를 배제하고 구성원들이 혁신을 도모하는(holacracy) 모델로 갈 것을 제안한다. 정부도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불행히도 한국의 관료주의는 불확실성과 위험을 기피하고 규정과 절차주의를 고수하는 등 더욱 강해지는 형국이다. 과거 개발연대에서는 ‘계획=실행’이란 효율성이라도 보장됐다. 지금은 정부가 쏟아내는 수많은 계획이 발표로 수명을 다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효율성마저 상실한 것이다. 정부는 세계 1, 2위 ‘전자정부’라고 자랑하지만 기업과 국민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규제개혁 없는 전자정부는 관료제의 기술적 치장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기존의 정부로는 발생 가능성이 낮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X이벤트’나 ‘와일드 카드’가 터지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증명되고 있다. ‘위기의 상시화’를 전제한다면 코로나19 같은 팬데믹, 기상이변에 따른 자연재해, 대규모 블랙아웃, 지진 등 극단적인 사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 환경 변화를 조기에 포착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정부로 가야 하는 것은 국민 생존의 문제다.
10년 전인 2011년 세계경제포럼(WEF)은 ‘정부 전환(government transformation)’을 제안했다. 방향은 ‘패스트(FAST: Flat·Agile·Streamlined·Tech-enabled)’다. 시민 참여와 부처 간 수평적 협업,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자기조직화, 향상된 인적 역량을 통한 효율적 행정,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활용 능력으로 무장한 정부다. 데이터와 AI로 변화의 징후를 감지하고, 실시간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디지털 트윈’으로 정책의 결과를 시뮬레이션하는 등 최적의 의사결정을 추구하는 정부는 ‘미래의 과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다.
대선주자들이 공약으로 쏟아내는 부처 신설이나 개편은 땜질에 불과하다. 환경부의 기후 조직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조직을 합쳐 기후에너지부를 설치하면 에너지 전환을 포함한 탄소중립으로 갈 수 있다는 발상부터 단세포적이다. 부처 간 수평적 협업이 안 되면 산업이 후순위로 밀려나 다 사라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디지털혁신부도 마찬가지다. 모든 부처가 디지털혁신부로 재탄생해도 부족할 판이다. 국민과 기업은 부처 경계를 넘어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 정부’를 원하는데 부처 간 칸막이만 더 늘어나게 생겼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의미있는 조직개편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이유를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노무현 정부는 혁신·인력 등 미시경제를 과학기술부총리가 총괄하는(이를 위해 과학기술혁신본부도 설치) 실험을 했지만, 예산을 거머쥔 부처의 관료주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과 과학기술, 산업과 정보통신을 통합하는 ‘대(大)부처’로 갔지만, 물리적 통합의 한계만 보여줬다.
미래정부로 가려면 하드웨어(HW)뿐 아니라 소프트웨어(SW)도 바꿔야 한다. 관료가 그대로면 달라질 게 없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든가, 재교육을 하든가, 민간 전문가를 대폭 수혈하든가, 인적 물갈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규제당국의 쇄신은 특히 시급하다. 디지털 전환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료가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알 리 없다. 곳곳에서 디지털 전환을 놓고 경쟁을 방해하는 일이 벌어지는데도 대응을 못 하는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이 그렇다. 규제당국부터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춘 인력으로 싹 갈아치워야 한다.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정부 팽창’이 아니라 ‘정부 전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