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건보료 통계' 입맛대로 해석한 정부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고소득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이 과중하다는 내용의 한경 기사에 대해 별도의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했다. 고소득자의 건보료 상한액이 높은 것은 소득 재분배 기능 때문이며, 건보료율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 추진 과정에서 평균(2018~2021년) 2.91% 인상돼 지난 10년(2007~2016년) 동안의 연평균 인상률 3.20%보다 낮다는 해명이 담겼다. 건보료 인상률이 이전에 비해 낮다는 정부의 주장은 문재인 케어 4주년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12일에도 동일하게 제시됐다.

정부는 건보료율을 크게 올리지 않고서도 보장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식의 설명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엔 오류가 있다. ‘지난 10년’의 기간 설정 때문이다. 복지부가 제시한 보장성 대책 시작 전 10년은 2007~2016년으로 돼 있다.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한 것을 고려해 그 직전 10년의 평균 인상률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7년 건보료율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6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정해졌다. 문재인 케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러므로 ‘문재인 케어 직전 10년’에 2017년의 건보료 인상률이 빠져야 할 이유는 없다.

직전 10년의 기간을 정부가 제시한 ‘2007~2016년’ 대신 ‘2008~2017년’으로 바꾼 뒤 직전 10년간의 연평균 건보료 인상률을 다시 계산하면 2.53%가 나온다. 문재인 케어 이후 평균 인상률 2.91%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 수치를 인용해 보도자료를 다시 쓰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추진 과정에서 건강보험료율은 지난 10년(2008~2017년) 평균인 2.53%에 비해 높은 수준인 평균(2018~2021년) 2.91% 인상됐다’고 해야 한다. 내용이 정반대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2017년과 2007년의 건보료율 인상률이 크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2017년의 건보료 인상률은 0%였다. 당시 정부는 건보재정 흑자를 이유로 8년 만에 건보료율을 동결했다.

반면 2007년 인상률은 6.5%로 다른 어느 해보다도 높았다. 2017년 0% 대신 2007년 6.5%를 가져와 이전 10년의 연평균 건보료 인상률을 높이고, 이 통계치를 활용해 문재인 케어를 옹호하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연평균 건보료 인상률은 오히려 이전 정권인 박근혜 정부 4년간 0.99%에 불과했다. 통계 조작·왜곡은 유혹에 빠지기 쉬운 정책 홍보 수단 중 하나다. 하지만 그로 인한 경제 착시와 각종 부작용은 고스란히 차기 정권과 국민 부담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