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앞으로 3년간 24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4만 명을 채용하겠다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11일 만에 나온 ‘통 큰’ 투자 결정이다. 우리 경제가 코로나 위기를 헤쳐나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발표대로라면 240조원 중 180조원을 바이오 인공지능 등 국내 첨단분야에 투자하고, 직접 채용 4만 명과 함께 56만 명의 고용 유발효과가 기대돼 위축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작지 않을 전망이다. 동시에 곱씹어볼 대목도 적지 않다.

우선 그룹 오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는 이 부회장 가석방 발표 때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을 고려했다”고 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고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구치소를 나서면서 “저에 대한 걱정, 비난, 큰 기대를 잘 듣고 있다”고 말했고, 곧바로 대규모 투자 발표로 화답했다. 일각에서 특혜 시비를 제기했으나, 결국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그룹을 책임지는 오너밖에 없음을 새삼 입증한 셈이다.

이보다 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이 부회장이 출소 직후 대규모 투자 계획부터 짜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긴박하게 돌아가는 글로벌 경제 패권전쟁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반도체부문 실적을 기반으로 역대 최대 매출(129조600억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앞날을 안심할 수 없다는 게 그룹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부문에선 여전히 대만 TSMC에 뒤지고, 메모리 분야에선 미국 인텔, 마이크론 등의 추격이 거세다. ‘반도체 초격차’를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이 부회장이 출소하자마자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방문해 주요 경영진 보고를 받고, 열하루 만에 투자계획을 낸 것은 분초를 다투는 글로벌 경쟁의 긴박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정부도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고용과 글로벌 경쟁에 나설 수 있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선 ‘기업 옥죄기’ 일변도였던 각종 규제입법을 전면 재검토하고 시장과 기업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는 게 급선무다. 이 부회장에 대해서도 이사회 참석, 해외 출장 등에 제한을 받는 어정쩡한 ‘가석방’이 아니라 ‘통 큰 사면’으로 글로벌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도록 화답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