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 아파트 전셋값(중위가격 기준)이 처음으로 5억원을 돌파(5억433만원)했다. 작년 8월 3억7000만원대에서 1년 새 33% 급등한 것이다. 평균적인 직장인 ‘10년치 연봉’이란 비교는 차치하더라도, 불과 5~6년 전 서울 강북 아파트 한 채 가격이란 점에서 말문이 막힌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다 임대차 3법 시행의 여파로 전세매물이 줄어든 게 결정적 요인이다. 문제는 이 가격대도 ‘인상률 5% 제한’에 따른 이중가격(계약갱신에 따른 저가 전세와 신규계약의 고가 전세)의 평균치라는 점이다. 신규계약은 말할 것도 없고, 계약갱신으로 시간을 번 세입자들도 계약 만료 때는 훨씬 비싼 전세금을 치러야 할 판이다. 전세난은 집값보다 더욱 단기적 해법을 동원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무주택 서민의 고통이 눈앞에 선연히 그려진다.

전셋값 초강세에도 불구하고 서민의 보금자리가 돼야 할 공공임대주택은 작년 공급분의 16.6%인 1만2029가구가 수요자를 못 찾아 비어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전국 공공임대 102만 가구로 넓혀봐도 그중 4.1%(4만1811가구)가 공실 상태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주택문제 해결책으로 공공임대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설도 이런 역설이 없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서울 일터에서 멀리 떨어진 수도권 외곽에, 수요자 요구와는 동떨어진 ‘벌집’ 같은 소형 아파트를 지어놓으니 무주택 서민들조차 입주를 꺼리는 것이다. 신혼부부·청년층에 공급하는 행복주택은 작년 전체 물량의 97%가 전용 40㎡ 미만이었다. 소득이 높아지는데도 국민 최소 주거기준(4인 기준 전용 43㎡)이 10년째 그대로여서다.

게다가 작년 말 경기도 화성 동탄의 행복주택 단지에서 소관 부처 장관이 ‘전용 44㎡ 주택에 4인 가족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별다른 이의를 달지 않아 무주택 서민들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질적 개선도 중요하다”고 했지만, “2025년 공공임대 240만 가구를 달성하겠다”는 말에 가려지고 말았다. 결국 정부 예산 제약 아래에서 국토부나 LH가 수치 목표 달성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보니 기존 공급부터 하고 보자는 관행이 이어진 셈이다. 전세시장은 절절 끓고 공공임대는 빈집이 속출하는 역설은 시장과 서민주거 현실에 깜깜이인 정부가 빚어낸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까지 이런 무능을 지켜봐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