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과 6개 발전자회사 등 에너지공기업 일곱 곳의 부채가 문재인 정부 들어 급증하고 있다는 한경 보도(9월 4일자 A 1·8면 참조)다. 박근혜 정부 4년(2014~2017년) 내내 100조원대 초반에서 횡보하던 부채가 돌연 급증세로 전환해 작년 말 130조4700억원까지 치솟았다.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인해 60원 선이던 ㎾h당 전력 생산비용이 120원으로 두 배가량 뛰며 적자가 누적된 결과다.

에너지 전환의 본격 후폭풍은 이제 막 시작이다. 권명호 의원이 7개 에너지공기업의 중장기 재무 전망을 받아 보니 2025년 예상 부채가 165조원에 달했다. 작년 말 187%이던 부채비율이 2025년 237%로 더욱 뜀박질한다는 의미다.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의 추가 비용이 8조원이고, ‘한전공대’ 설립비 8000억원과 개교 후 운영비 6100억원도 한전과 자회사 몫이다.

에너지를 넘어 공기업 전반의 상황을 보면 더 암울하다. 기획재정부는 주요 공공기관 50곳의 올해 말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30%에 가까운 549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지난 주말 국회에 제출했다. 부동산정책 실패의 방패막이로 공공주택 개발에 동원되고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채만도 141조원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빚에 허덕이다 보니 2016년 약 9조원이던 공기업(36곳 기준) 순이익도 작년에는 6000억원 적자로 추락했다. ‘알짜 공기업’ 인천공항공사가 코로나 팬데믹(대유행)과 무리한 정규직 전환 등이 겹치며 지난해 4000억원대 손실을 입은 데서 보듯 공기업 부실은 확산일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몇 달 전에도 ‘수술 대상’인 LH에 무경력 청와대 비서관 등을 꽂는 등 낙하산 투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공기업 정상화 의지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들다.

공기업 부채는 공식 통계에는 빠지지만 엄연한 국가부채다. 부실 공기업이 빚을 낼 수 있는 이유도 정부의 사실상 지급보증이 있기에 가능하다. 지난 4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공기업 부채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한국은 공기업 비중이 기형적으로 높아 국가부채 분식 통로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다. 정부가 2017년 ‘공사채 총량제’를 전격 폐지했고, 이후 부채가 급증하는 양상도 뚜렷하다. 올해 1000조원 돌파가 예고된 나랏빚 못지않게 위험한 공기업 채무를 국가부채 체계에 넣어 고강도 억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