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카카오 등의 금융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미등록 중개 행위’로 보고 시정을 요구한 것은 정부·여당발(發) 대형 플랫폼 기업 규제가 전방위로 확산할 것이란 신호로 볼 수 있다. 신임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어제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을 강조한 것도 플랫폼 기업의 금융서비스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그 충격파로 카카오 주가는 어제까지 이틀간 16.56% 급락했을 정도다.

주목해 볼 부분은 지난 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 토론회 주제(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근절 및 골목상권 생태계 보호 대책)에서 느껴지는 기시감이다. 과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때 골목상권을 지켜야 한다며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도입했지만, 결국 소비자는 온라인 채널로 옮겨가고 말았다. 소비자 편의와 후생 증대는 안중에도 없이 ‘약자 보호’라는 명분에만 함몰된 결과, 입법 취지조차 살리지 못한 당시 기억이 플랫폼 규제에서도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번에도 금융 플랫폼 회사들은 판매대리·중개업자 면허를 신청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클릭 한 번으로 쉽게 보험상품에 가입하고 펀드에 투자하던 기존 방식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핀테크 활성화를 통해 기대됐던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후생 증대를 기약하기 어렵게 됐다.

물론 네이버나 카카오의 금융 관련 서비스가 금융시장의 혁신을 유도할 ‘메기’가 아니라, 기존 금융회사들을 다 잡아먹을 ‘상어’라는 금융계 위기감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런 점에서 은산(銀産)분리 같은 강력한 칸막이 규제를 유연화해 금융회사들이 빅테크에 맞설 수 있게 해주는 전향적인 규제완화도 고려할 때가 됐다. 이 같은 시도 없이 기존 산업 보호를 위해 소비자 선택까지 통제하려는 발상이라면 대전환의 시대에 혁신의 싹을 자르고 말 것이다.

택시호출비 급격한 인상 시도, 대리운전 서비스 횡포 등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는 사안별로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전체 업권에 진입장벽을 쌓는 식의 규제로 치닫는다면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자승자박이 될 뿐이다. 아울러 플랫폼 기업들도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 무한확장으로 독과점 시비를 자초한 측면이 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아마존이 진입한 업종마다 초토화됐다는 ‘아마존됐다(Amazoned)’ 같은 신조어가 국내에서도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