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헝다그룹 ‘유동성 위기’ 파장이 가시기도 전에 미국의 금융긴축이 일찍 시작된다는 예고가 나왔다. 미국 중앙은행(Fed)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관심사인 테이퍼링이 11월에 시작되고, 종료도 내년 6~7월께로 당겨질 전망이다. 금리인상 시점은 2023년으로 무게가 실리지만 초저금리의 양적완화를 즐겨온 세계 경제가 빨리진 ‘긴축 시계’와 마주한 셈이다.

헝다그룹 위기로 다시 부각된 차이나 리스크에 비하면 미국의 금융긴축은 차분히 준비하면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다소 빨라졌지만 예고된 일이고, Fed 행보도 대체로 상식적·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건전하고, 시장 투자자의 움직임이 신중한 가운데 당국이 정치·기민하게 대응해 나갈 역량이 있다는 전제에서다. 이 3박자의 균형이 깨지면 ‘예고된 수순’이라고 해도 Fed의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이라는 방향 전환이 일으키는 후폭풍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개방과 교역을 양대 축으로 삼는 한국 경제의 신산(辛酸)한 현실이 이렇다. 헝다 부도설에 중국발 먹구름을 걱정해야 하고, 미국 긴축 시점에 따라 주가·환율, 자산시장의 급변동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의 자충수로 갉아먹고 훼손한 펀더멘털은 무엇부터 짚어봐야 할지 어지러울 지경이다. 악화일로인 재정과 빈사 지경의 공공부문, 양산되는 규제입법과 퇴행적 감시·간섭행정, 노조 쪽으로만 쏠린 고용·노동제도, 말뿐인 산업혁신 등 정상인 데가 없다. 일자리 대란과 2% 선마저 위협받는 잠재성장률 추락이 결코 이상한 결과가 아닌 것이다.

당장의 중국 리스크와 미국발 긴축 파고에 대한 대응만이 아니다. 경제 펀더멘털 회복부터 미래 대비까지 범정부적 위기관리 역량과 의지가 의심받고 있다. 포퓰리즘이 난무하는 선동정치에 휘둘리다 보니 세제, 공적 보험, 금융, 산업 어디 한 부분 종합적 균형과 정합성을 갖춘 곳 없이 뒤죽박죽 모순덩어리가 돼 간다. 나라경제를 거시적으로 살피는 당국자도 안 보인다.

이러니 미래 준비는커녕 아직 ‘코로나 핑계’ 속에 실체도 불분명한 ‘한국판 뉴딜’이나 내세운다. 헛발질 집값대책, 관제 고용 같은 대증요법에 매달리면서 ‘탄소중립’처럼 듣기 좋은 구호를 외치는 데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선거를 의식한다 해도 심하다.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의 정부라면 좌우·보혁을 떠나 좋든 싫든 최소한의 기본정책과 필요조치는 취해야 한다. 지금 수준의 당국자들이면 내년에 새 정부가 들어선들 뭐가 개선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