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및 금융시장 동향이 심상치 않다. 어제 원·달러 환율은 1년3개월 만에 장중 1200원 선을 넘어섰다. 환율은 중국 헝다그룹 위기설이 퍼지기 시작한 지난달부터 본격 상승하기 시작해,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인플레 장기화’ 발언과 9월 미국의 고용 쇼크까지 이어지면서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심리적 지지선인 3000선이 6개월 만에 무너진 코스피지수는 어제도 1.35% 내리며 이제는 2900선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어제 7만원이 무너지며 연중 최저인 6만9000원으로 내려앉았다. 4분기 실적부진 우려가 반영됐고 전반적인 증시 약세와 외국인 매도세가 하락을 부추겼다.

시장이 크게 출렁거린 데는 유가 급등세도 한몫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며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천연가스 급등세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중됐고, 이것이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글로벌 복합위기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전이되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주요 경제지표들에도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8월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줄었고, 특히 생산은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소비자물가는 6개월 연속 2%대 상승하며 인플레 공포를 가중시키고 있다. 수출이 유일하게 호조이지만 중국과 인도 등 글로벌 공급기지의 전력난으로 글로벌 공급망·물류난이 가중되면서 향후 수출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3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

상황이 이처럼 위중하지만 온 나라가 대선 바람에 휩쓸려 경제문제는 뒷전이다. 정치판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부처들마저 사실상 복지부동(伏地不動)이다. 경제부처가 하는 일이라고는 대출 옥죄기 정도다. 가계부채 관리 차원이라지만 잘못된 정책으로 집값·전셋값을 다락같이 올려놓고 애먼 국민만 대출난민으로 내모는 꼴이다. 경제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견조한 회복 흐름을 보여왔다”고 자화자찬하기에 바쁘다. ‘회색 코뿔소’가 문 앞까지 와서 어슬렁거리는데 정치권도, 경제부처도 못 본 척 무덤덤하다. 과거 외환위기를 비교적 단기간 내에 극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유능한 경제관료들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관료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다 ‘퍼펙트 스톰’이라도 덮치면 경제는, 그리고 민생은 누가 챙길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