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방위 대출 규제로 전세대출이나 아파트 중도금대출이 막힌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무주택 서민들의 피울음이 들리지 않는가” “대출 규제를 풀어달라”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대통령에게 대출 규제 토론회를 제안하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묻지마 규제’의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케 한다.

서민·중산층 실수요자들의 불만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규제대상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속도와 규모, 불안정한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 등을 감안할 때 대출 총량규제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실수요자들은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해 가계대출이 늘어났는데, 그 책임을 왜 무주택자들에게 떠넘기느냐고 비판하고 있다. 집값·전셋값을 올려 ‘월세→전세→내집’으로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를 끊어 놓더니, 이제는 대출까지 막아 ‘전세난민’ ‘월세난민’으로 내몰고 있다는 분노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거칠고 무딘 규제방식도 문제가 심각하다. 총량 규제로 1·2·3 금융권을 동시에 꽁꽁 묶어, 급히 목돈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은 갈 곳이 없다. 최근 인터넷은행 토스뱅크가 출범하면서 내놓은 신용대출이 1주일 만에 한도(5000억원)의 절반을 소진하고 수십만 명이 대기 중일 정도다. 그만큼 급전 수요가 많다는 반증이다. “고금리 사채(私債)는 지옥이라지만 지금은 사채라도 생명의 은인 같다”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이런 현장 상황을 정부가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말로는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한다. 그러나 “대출규제로 부동산 오름세가 꺾였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거나 “실수요자 대출도 가능한 한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종합 관리돼야 한다”(고승범 금융위원장)는 등의 발언이 나오고 있다. 대출 규제의 부작용을 줄이려는 노력보다 여전히 규제 불가피성을 강변하기에 급급하다. 게다가 대출 통제를 하면서도 금융회사에 공문 한 장 없이 전화·대면 행정지도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가계부채 관리가 그토록 시급한 현안이라면 집값·전셋값 급등에 책임이 있는 정부가 먼저 국민에게 사과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주거고통에 이어 대출고통까지 전가하고도 미안한 기색조차 없다.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