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후보가 구체화돼가고 있지만 재정과 나라살림 운영의 바른 방향에 대한 주장이나 담론이 안 보인다. ‘대장동 게이트’ 같은 의혹거리도 당연히 규명돼야 한다. 지지층을 의식한 인기영합성 발언도 선거철이란 점을 감안하면 영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렇다 해도 위험수위인 국가채무 관리, 재정운용 원칙, 지출 구조조정, 정부수입 증대방안에 대한 방향이나 구상과 대안은 나와야 한다. 국가 운영의 기본이 배제된 채 정치공방이나 보고 ‘국정 경영자’를 뽑을 수는 없다.

재정지출이 과도하게 늘면서 급증한 나랏빚이 근본 문제다. 정부 씀씀이가 가파르게 증가했고, 이에 따라 기하급수로 팽창하는 국가채무는 이제 국내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최근 IMF의 ‘재정점검 보고서’에서도 과속하는 한국의 확장재정이 지적됐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지난해 47.9%에서 2026년에는 66.7%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채무 증가 자체는 실상 새로울 것도 없다. 주목해야 할 것은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5개국 가운데 한국 나랏빚 증가속도가 1등이라는 사실이다.

35개국 평균 채무비율이 이 기간에 1%포인트 오른다는 전망과 비교하면 한국의 증가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현 정부를 비롯한 ‘재정의존파’들은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어도 “절대수준은 낮다”며 확장재정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 일본과 유럽 각국은 기축통화국이거나 준(準)기축통화국이어서 단순 비교할 수 없다. 2017년 660조원에서 내년엔 1068조원으로 5년 새 62%나 폭증하는 나랏빚을 정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경제 대외의존도가 높은 처지에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국제평가는 중요하다. 설령 국내에서 논란이 없어도 우리끼리만 ‘괜찮다’고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인 것이다. 지출내역을 보면 더욱 문제다. ‘관제(官製) 알바’나 만들고 실효도 없는 전 국민 지원금 뿌리기를 반복하는 등 무분별한 복지에 많이 썼다. 그러면서 기초과학과 산업육성을 위한 국가적 R&D 투자는 뒷전이어서 ‘노벨상 시즌’이면 늘 썰렁한 심정을 떨칠 길이 없다.

대선 후보들은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소속 정당들도 구체적인 당론을 내놓기 바란다. ‘한국형 재정준칙’의 법제화 내용과 시기, 재정수지와 국가채무비율에 대한 구체적 목표치, 지출예산의 연도별 삭감 계획치 정도는 밝혀야 한다. 막연히 ‘건전재정으로 가겠다’ ‘지출도 줄이겠다’는 식이어선 ‘나랏빚 신경 안 쓰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