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기업경영칼럼] 미국은 재택근무시 임금삭감...한국, 임금체계도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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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하이브리드 워크시대 성큼
- 미국은 근로자 근무 지역에 따라 임금 조정
- 한국은 성과 중심의 조직 구축에 집중해야
- 미국은 근로자 근무 지역에 따라 임금 조정
- 한국은 성과 중심의 조직 구축에 집중해야
팬데믹으로 재택 근무가 ‘뉴노멀(New Normal)’이 됐습니다.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원격근무의 트렌드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포스트 코로나시대, 단순히 일을 하는 장소만이 아니라 임금체계, 근무 규정, 회사 공간의 개념까지 ‘일하는 방식’ 전체가 변하고 있습니다.
그 중 최근 시선을 끄는 뉴스가 한가지 있는데요.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근무 지역에 따라 재택 근무자의 임금 일부를 삭감하는, 이른바 ‘급여 지역화(Pay Localization)’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회사에서 멀지만 주거비와 물가가 싼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직원들이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모두 사무실로 출근했기 때문에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급여가 지급됐지만 앞으로는 거주 지역과 생활비 수준을 고려해 임금을 차등화 하겠다는 것인데요.
이런 차등화한 급여 체계에 따르면, 사무실과 거주지 사이 거리에 따른 급여 삭감률은 최대 25%에 달합니다. 예를 들어 구글의 뉴욕 사무실에서 기차로 1시간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직원은 뉴욕 거주 직원보다 임금을 15% 적게 받는다고 합니다.
한국도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근무가 활성화 된 이후, 최근에는 사무실 근무와 사무실 밖에서의 근무가 모두 허용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워크'를 아예 전사적으로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임금체계하에서도 급여 지역화 조치와 같은 제도 시행이 가능할까요.
결론부터 먼저 말씀드리면 근로자의 동의 없이는 쉽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해당 조치가 결과적으로 기존에 근로자와 사용자간에 체결한 근로계약서상의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을 수반하기 때문입니다. 임금삭감과 관련하여서는 다양한 법원의 판결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사례는 각기 다르지만 판례의 공통적인 논리는 “이미 확정된 근로자의 임금청구권에 대해 회사가 일방적으로 변동을 초래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근로자 과반수가 소속된 노동조합이 동의해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판결에서는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나 합의가 있는 한 근로자 개개인의 동의를 얻을 필요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은 유효하다. 이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의 근로조건이나 근로자의 권리를 소급하여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상여금 포함)이나 퇴직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 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않은 이상, 사용자와 사이의 단체협약만으로 이에 대한 포기나 지급유예와 같은 처분행위를 할 수는 없다. 이는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에 대하여 노동조합이 동의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편 근로자가 변경된 연봉계약의 체결이나 임금삭감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회사 입장에서는 정당한 인사고과 평가에 따른 임금삭감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임금 삭감과 연동되는 인사고과의 정당성과 관련해서도 법원은 엄격한 판단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근로자에 대한 인사고과는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 그러나 사용자는 근로자의 근무실적이나 업무능력 등을 중심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정의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여야 하고 그것이 해고에 관한 법적 규제를 회피하고 퇴직을 종용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의 불순한 동기로 남용되어서는 안된다. 사용자의 인사고과가 헌법,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정의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하여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난 때에는 인사고과의 평가 결과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어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수원지법 2012나6377 판결, 2013. 1. 29선고)
그 외에도, 불리한 연봉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면서 출근부에 날인을 못하게 하였다면 해고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판결이나(서울행법 99구 28346 판결, 2000. 5. 30. 선고), 인사고과에 따라 임금이 삭감될 수도 있는 형태의 연봉제 도입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근기68207-928, 2002. 3. 6.회시)을 봐도 확정된 임금의 수준을 삭감하는 것은 한국의 임금체계 하에서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워크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의 구분, 사무실과 사무실 밖 업무가 혼재하는 형태의 물리적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사고방식과 잠재력을 빠르게 실현할 수 있는 가치창출에 무게를 둔 구조적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제도의 취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업무형태에서는 구성원 개개인의 경험이 중심이 되고, 성과 중심의 일하는 문화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회사도 공간의 구분, 주거지의 지역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하이브리드 워크를 통해 가속화된 개인화, 성과 중심의 조직을 어떻게 성공적 구축할 것인가에 집중을 해야 할 시기라 하겠습니다. 뉴노멀의 시대에 많은 구성원들이 ‘일잘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이브리드 워크를 보다 더 발전 시킬방안에 대해 노사 모두의 협력과 지혜가 필요하겠습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그 중 최근 시선을 끄는 뉴스가 한가지 있는데요.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근무 지역에 따라 재택 근무자의 임금 일부를 삭감하는, 이른바 ‘급여 지역화(Pay Localization)’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회사에서 멀지만 주거비와 물가가 싼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직원들이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모두 사무실로 출근했기 때문에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급여가 지급됐지만 앞으로는 거주 지역과 생활비 수준을 고려해 임금을 차등화 하겠다는 것인데요.
이런 차등화한 급여 체계에 따르면, 사무실과 거주지 사이 거리에 따른 급여 삭감률은 최대 25%에 달합니다. 예를 들어 구글의 뉴욕 사무실에서 기차로 1시간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직원은 뉴욕 거주 직원보다 임금을 15% 적게 받는다고 합니다.
한국도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근무가 활성화 된 이후, 최근에는 사무실 근무와 사무실 밖에서의 근무가 모두 허용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워크'를 아예 전사적으로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임금체계하에서도 급여 지역화 조치와 같은 제도 시행이 가능할까요.
결론부터 먼저 말씀드리면 근로자의 동의 없이는 쉽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해당 조치가 결과적으로 기존에 근로자와 사용자간에 체결한 근로계약서상의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을 수반하기 때문입니다. 임금삭감과 관련하여서는 다양한 법원의 판결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사례는 각기 다르지만 판례의 공통적인 논리는 “이미 확정된 근로자의 임금청구권에 대해 회사가 일방적으로 변동을 초래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근로자 과반수가 소속된 노동조합이 동의해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판결에서는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나 합의가 있는 한 근로자 개개인의 동의를 얻을 필요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은 유효하다. 이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의 근로조건이나 근로자의 권리를 소급하여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상여금 포함)이나 퇴직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 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않은 이상, 사용자와 사이의 단체협약만으로 이에 대한 포기나 지급유예와 같은 처분행위를 할 수는 없다. 이는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에 대하여 노동조합이 동의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편 근로자가 변경된 연봉계약의 체결이나 임금삭감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회사 입장에서는 정당한 인사고과 평가에 따른 임금삭감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임금 삭감과 연동되는 인사고과의 정당성과 관련해서도 법원은 엄격한 판단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근로자에 대한 인사고과는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 그러나 사용자는 근로자의 근무실적이나 업무능력 등을 중심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정의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여야 하고 그것이 해고에 관한 법적 규제를 회피하고 퇴직을 종용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의 불순한 동기로 남용되어서는 안된다. 사용자의 인사고과가 헌법,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정의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하여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난 때에는 인사고과의 평가 결과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어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수원지법 2012나6377 판결, 2013. 1. 29선고)
그 외에도, 불리한 연봉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면서 출근부에 날인을 못하게 하였다면 해고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판결이나(서울행법 99구 28346 판결, 2000. 5. 30. 선고), 인사고과에 따라 임금이 삭감될 수도 있는 형태의 연봉제 도입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근기68207-928, 2002. 3. 6.회시)을 봐도 확정된 임금의 수준을 삭감하는 것은 한국의 임금체계 하에서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워크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의 구분, 사무실과 사무실 밖 업무가 혼재하는 형태의 물리적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사고방식과 잠재력을 빠르게 실현할 수 있는 가치창출에 무게를 둔 구조적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제도의 취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업무형태에서는 구성원 개개인의 경험이 중심이 되고, 성과 중심의 일하는 문화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회사도 공간의 구분, 주거지의 지역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하이브리드 워크를 통해 가속화된 개인화, 성과 중심의 조직을 어떻게 성공적 구축할 것인가에 집중을 해야 할 시기라 하겠습니다. 뉴노멀의 시대에 많은 구성원들이 ‘일잘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이브리드 워크를 보다 더 발전 시킬방안에 대해 노사 모두의 협력과 지혜가 필요하겠습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