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유류세 집착 못 버리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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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두고 유류세 '선심성' 인하
2주 시차·유가 불안에 효과 불투명
연료에 붙는 세금·준조세 과중
장기 운용방향 없이 연장 되풀이
획일적 부과 구조 과감히 개편해야
이덕환 <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
2주 시차·유가 불안에 효과 불투명
연료에 붙는 세금·준조세 과중
장기 운용방향 없이 연장 되풀이
획일적 부과 구조 과감히 개편해야
이덕환 <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
국제 유가 급등에 놀란 정부가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선을 앞둔 정부로선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당장 다음달 12일부터 내년 4월 말까지 휘발유·경유에 부과하는 유류세를 20% 인하하고, 액화천연가스(LNG)에 부과하는 2%의 할당관세를 한시적으로 폐지한다. 역대 최대 인하폭이다. 역시 퍼주기에 익숙한 정부다운 결정이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짓눌려 있던 소비자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당장 L당 휘발유 164원, 경유 116원,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40원 낮아진다. 11월부터 불안하게 시작하는 단계적 일상회복과 함께 모처럼 우리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소비자가 유류세 인하를 체감하기까지 최대 2주일의 시차가 발생한다. 유류세를 ‘제조장으로부터 반출할 때’ 부과한다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규정 때문에 발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주유소 기름탱크에 들어 있는 휘발유·경유에는 이미 인하 전의 유류세가 부과됐다는 뜻이다. 유류세를 조정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겪는 황당한 일이다. 정부가 어느 정도 세수를 포기하더라도 소비자가 유류세 인하를 즉각 체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실제 체감하는 유류세 인하폭이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 싱가포르 국제석유시장의 휘발유·경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정유사·주유소가 농간을 부려 자신들에게 돌아올 혜택을 가로챈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실제로 2009년 “기름값이 묘하다”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정유사를 폭압적으로 압박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유류세는 1994년 ‘교통세’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됐다. 교통 관련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필요한 재원 확보가 목적이었다. 10년 동안 운영하기로 했던 교통세가 ‘에너지소비 현대화’와 ‘환경보호’라는 어설픈 핑계 덕분에 ‘교통에너지환경세’로 둔갑해서 살아남았다. 2021년 세수 목표만 15조7000억원에 달한다.
기획재정부는 유류세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올해 말 일몰 예정인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시한을 다시 2024년까지 3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09년 이후 3년마다 시행일을 연장해온 못된 관행을 되풀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 운용 방향조차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고 반복해서 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국회 입법조사처의 공식 의견이다.
유류세의 긍정적인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끊임없이 지적돼온 부작용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L당 획일적으로 부과되는 종량제 목적세의 구조를 과감하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 휘발유·경유 가격에 따라 유류세를 차등화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연료에 부과되는 세금·준조세가 너무 과중하다. 관세와 교통에너지환경세 외에 교육세·주행세·부가가치세가 추가된다. 정체가 불확실하고, 관리마저 되지 않는 ‘석유제품수입판매분담금’도 있다. 연간 1조원이 넘는 분담금이 산업부의 쌈짓돈으로 낭비되고 있다.
현재의 유류세가 합리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소비자 가격을 왜곡한다. 공장도 가격이 L당 70원 가까이 더 비싼 경유를 휘발유보다 가격이 훨씬 낮은 싸구려 연료로 둔갑시켜서는 안 된다. 경유가 산업용 연료라는 인식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탄소중립을 외치는 정부가 환경에 더 부담스러운 경유 소비를 앞장서서 부추길 이유가 없다.
소비자가 영수증을 통해 유류세의 규모와 납부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류세 징수 부담을 떠넘겨놓은 정유사의 뒤에 숨어서 세금만 챙기겠다는 비겁한 자세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정유사가 국세청을 위해 유류세를 대신 징수해줘야 할 이유가 없다. 정부의 불합리한 에너지 정책에 대한 책임을 정유사에 떠넘기는 일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LNG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코로나19 회복에 의한 일시적인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세계 패권구도의 변화에 따른 심각한 ‘에너지 대란’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국제회의에서 자랑할 ‘목표’에 매달릴 상황이 절대 아니다. 경제·민생·안보를 지켜줄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짓눌려 있던 소비자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당장 L당 휘발유 164원, 경유 116원,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40원 낮아진다. 11월부터 불안하게 시작하는 단계적 일상회복과 함께 모처럼 우리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소비자가 유류세 인하를 체감하기까지 최대 2주일의 시차가 발생한다. 유류세를 ‘제조장으로부터 반출할 때’ 부과한다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규정 때문에 발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주유소 기름탱크에 들어 있는 휘발유·경유에는 이미 인하 전의 유류세가 부과됐다는 뜻이다. 유류세를 조정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겪는 황당한 일이다. 정부가 어느 정도 세수를 포기하더라도 소비자가 유류세 인하를 즉각 체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실제 체감하는 유류세 인하폭이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 싱가포르 국제석유시장의 휘발유·경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정유사·주유소가 농간을 부려 자신들에게 돌아올 혜택을 가로챈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실제로 2009년 “기름값이 묘하다”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정유사를 폭압적으로 압박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유류세는 1994년 ‘교통세’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됐다. 교통 관련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필요한 재원 확보가 목적이었다. 10년 동안 운영하기로 했던 교통세가 ‘에너지소비 현대화’와 ‘환경보호’라는 어설픈 핑계 덕분에 ‘교통에너지환경세’로 둔갑해서 살아남았다. 2021년 세수 목표만 15조7000억원에 달한다.
기획재정부는 유류세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올해 말 일몰 예정인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시한을 다시 2024년까지 3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09년 이후 3년마다 시행일을 연장해온 못된 관행을 되풀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 운용 방향조차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고 반복해서 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국회 입법조사처의 공식 의견이다.
유류세의 긍정적인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끊임없이 지적돼온 부작용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L당 획일적으로 부과되는 종량제 목적세의 구조를 과감하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 휘발유·경유 가격에 따라 유류세를 차등화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연료에 부과되는 세금·준조세가 너무 과중하다. 관세와 교통에너지환경세 외에 교육세·주행세·부가가치세가 추가된다. 정체가 불확실하고, 관리마저 되지 않는 ‘석유제품수입판매분담금’도 있다. 연간 1조원이 넘는 분담금이 산업부의 쌈짓돈으로 낭비되고 있다.
현재의 유류세가 합리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소비자 가격을 왜곡한다. 공장도 가격이 L당 70원 가까이 더 비싼 경유를 휘발유보다 가격이 훨씬 낮은 싸구려 연료로 둔갑시켜서는 안 된다. 경유가 산업용 연료라는 인식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탄소중립을 외치는 정부가 환경에 더 부담스러운 경유 소비를 앞장서서 부추길 이유가 없다.
소비자가 영수증을 통해 유류세의 규모와 납부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류세 징수 부담을 떠넘겨놓은 정유사의 뒤에 숨어서 세금만 챙기겠다는 비겁한 자세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정유사가 국세청을 위해 유류세를 대신 징수해줘야 할 이유가 없다. 정부의 불합리한 에너지 정책에 대한 책임을 정유사에 떠넘기는 일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LNG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코로나19 회복에 의한 일시적인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세계 패권구도의 변화에 따른 심각한 ‘에너지 대란’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국제회의에서 자랑할 ‘목표’에 매달릴 상황이 절대 아니다. 경제·민생·안보를 지켜줄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