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플랜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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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가스 에너지시장 불안정
기후대응 규제 강화로 투자위축
탄소중립에 화석연료 역할 필요
문재도 < 수소융합얼라이언스 회장·에너지밸리포럼 대표 >
기후대응 규제 강화로 투자위축
탄소중립에 화석연료 역할 필요
문재도 < 수소융합얼라이언스 회장·에너지밸리포럼 대표 >
국제 에너지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에서 천연가스 현물시장 가격이 급등하고, 중국은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공장이 멈춰 섰다. 세계 에너지 소비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원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미국 휘발유 소비자 가격이 심리적 한계선이라는 갤런당 3달러를 웃돌고, 급기야 한국도 유류세를 낮추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서 막 벗어나려는 세계 경제가 원자재발(發) 인플레이션으로 또다시 휘청거릴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제 에너지시장이 이처럼 변동성이 커진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유럽은 풍력 의존도가 높아진 가운데 북해의 바람이 약해지자 필요한 전력을 채우려고 가스발전을 많이 돌리다 보니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중국은 정치적 갈등으로 호주산 유연탄 수입을 중단하고 중국 내 증산도 제때 이뤄지지 못한 결과 발전용 석탄이 공급되지 못해 전력대란이 빚어졌다. 이것은 공급 차질이 가져온 결과인 데 비해 원유시장은 복합적이다. 세계 최대 생산국인 미국은 코로나19로 인해 유가가 급락했다. 여기에 셰일업체들이 도산하면서 수요 증가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 경기 회복이 되면 반사적으로 수요가 회복되고 국제 원유 가격이 반등하는 것을 충분히 예견해 볼 수 있었다. 지난해 봄 팬데믹이 한창일 때 원유 현물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것을 생각하면 금석지감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자본의 투기적 수요까지 가세한다면 에너지시장은 더욱 불안정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
국제 원유 가격은 중장기적으로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하향 안정화를 거쳐 1990년대 걸프전쟁과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일시적인 급등락을 보였지만 꾸준히 상승하다가 2010년부터 미국이 셰일원유를 본격 생산하면서 급락했다. 그런데 국제 원유 가격은 근본적인 수급의 차질이 없다면 수요를 감당한 한계 유전의 생산 원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시장 원리다. 그리고 OPEC+도 이런 균형점을 향해 생산량을 조절해 갈 것이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세계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영향이 현재보다는 제한적이지만 미래 국제 원유시장에서 일부 생산국의 과점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데 단기적인 국제 원유가 예측은 더 복잡하다. 그만큼 불확실한 요소가 많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태풍 같은 기후 요인으로 생산시설이 정상 가동하지 못하거나, 중동지역 전쟁 또는 생산국의 정정 불안도 가격 변동 요인이다. 그래서 최근 산유국인 수단에서 벌어진 군사 쿠데타에 국제 사회가 바로 개입한 것도 이런 이유가 다소 작용했다.
얼마 전 세계 가스시장에서 최대 수출국인 카타르를 방문해 에너지 협력을 논의하고 왔다. 그곳 에너지를 담당하는 책임자는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의 근본 원인을 코로나19 상황에서 경기 회복으로 인한 수요 반등보다 국제 원유가 급락 이후 공급 능력 향상을 위한 투자 부족으로 진단했다. 특히 탄소중립 등 기후대응을 위한 화석연료 사용 규제가 강화되면서 더욱 투자를 위축시켰다며 서방 선진국 탓으로 돌렸다. 또 최근의 천연가스 부족에도 카타르 등 중동 산유국의 생산량 증가가 한정적이라고 강조하면서 당분간 에너지 가격 하락을 위해 노력할 뜻이 없다는 속내를 비치는 것을 보니 국제 유가가 금방 떨어질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2050년 탄소중립이란 목표를 향해 한 발을 내디뎠다. 이 과정에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새로운 기술의 사업화 등 극복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어느 정도까지는 기존의 화석에너지가 충분한 역할을 해 줘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긴 여정을 순조롭게 가기 위해 우리처럼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나라는 위기에 대응할 ‘플랜B’의 보강이 더욱 절실하다.
국제 에너지시장이 이처럼 변동성이 커진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유럽은 풍력 의존도가 높아진 가운데 북해의 바람이 약해지자 필요한 전력을 채우려고 가스발전을 많이 돌리다 보니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중국은 정치적 갈등으로 호주산 유연탄 수입을 중단하고 중국 내 증산도 제때 이뤄지지 못한 결과 발전용 석탄이 공급되지 못해 전력대란이 빚어졌다. 이것은 공급 차질이 가져온 결과인 데 비해 원유시장은 복합적이다. 세계 최대 생산국인 미국은 코로나19로 인해 유가가 급락했다. 여기에 셰일업체들이 도산하면서 수요 증가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 경기 회복이 되면 반사적으로 수요가 회복되고 국제 원유 가격이 반등하는 것을 충분히 예견해 볼 수 있었다. 지난해 봄 팬데믹이 한창일 때 원유 현물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것을 생각하면 금석지감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자본의 투기적 수요까지 가세한다면 에너지시장은 더욱 불안정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
국제 원유 가격은 중장기적으로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하향 안정화를 거쳐 1990년대 걸프전쟁과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일시적인 급등락을 보였지만 꾸준히 상승하다가 2010년부터 미국이 셰일원유를 본격 생산하면서 급락했다. 그런데 국제 원유 가격은 근본적인 수급의 차질이 없다면 수요를 감당한 한계 유전의 생산 원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시장 원리다. 그리고 OPEC+도 이런 균형점을 향해 생산량을 조절해 갈 것이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세계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영향이 현재보다는 제한적이지만 미래 국제 원유시장에서 일부 생산국의 과점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데 단기적인 국제 원유가 예측은 더 복잡하다. 그만큼 불확실한 요소가 많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태풍 같은 기후 요인으로 생산시설이 정상 가동하지 못하거나, 중동지역 전쟁 또는 생산국의 정정 불안도 가격 변동 요인이다. 그래서 최근 산유국인 수단에서 벌어진 군사 쿠데타에 국제 사회가 바로 개입한 것도 이런 이유가 다소 작용했다.
얼마 전 세계 가스시장에서 최대 수출국인 카타르를 방문해 에너지 협력을 논의하고 왔다. 그곳 에너지를 담당하는 책임자는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의 근본 원인을 코로나19 상황에서 경기 회복으로 인한 수요 반등보다 국제 원유가 급락 이후 공급 능력 향상을 위한 투자 부족으로 진단했다. 특히 탄소중립 등 기후대응을 위한 화석연료 사용 규제가 강화되면서 더욱 투자를 위축시켰다며 서방 선진국 탓으로 돌렸다. 또 최근의 천연가스 부족에도 카타르 등 중동 산유국의 생산량 증가가 한정적이라고 강조하면서 당분간 에너지 가격 하락을 위해 노력할 뜻이 없다는 속내를 비치는 것을 보니 국제 유가가 금방 떨어질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2050년 탄소중립이란 목표를 향해 한 발을 내디뎠다. 이 과정에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새로운 기술의 사업화 등 극복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어느 정도까지는 기존의 화석에너지가 충분한 역할을 해 줘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긴 여정을 순조롭게 가기 위해 우리처럼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나라는 위기에 대응할 ‘플랜B’의 보강이 더욱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