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은 그 어떤 산업보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6년간 229조원 규모로 성장했고, 앞으로 525조원 증가해 2025년에는 848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맥킨지는 클라우드 도입 기업들은 9년 뒤 2030년이 되면 영업이익이 1000조원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라우드는 정보기술(IT)업계에선 이미 핫한 토픽이지만 일반 대중에겐 아직 조금은 낯선 개념이다. 기업들은 발 빠르게 클라우드 도입에 관해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지만, 일반인은 주로 사진이나 영상을 저장하는 온라인 스토리지 정도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조금 다르게 생각될 것이다. 넷플릭스, 유튜브, 줌, 로블록스 모두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다.

지금까지는 개인이 PC를 소유하거나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운영했다면, 클라우드는 컴퓨터 자원을 구름 위에 두고 인터넷을 통해 우리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빌려 쓰는 개념이다. 데스크톱, 노트북,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에 관계없이 인터넷만 연결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컴퓨터 자원을 사용할 수 있다. 클라우드를 사용하면 간단하게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불러올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실시간 화상 회의를 하고, 라이브 쇼핑을 하고, 소프트웨어를 구동시킬 수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기업을 클라우드 서버를 공급하는 공급자, 즉 CSP(cloud service provider)라고 부른다. 이들은 한 해 수십조원 단위의 비용을 투자해 초거대 규모의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를 구축한다. 아마존웹서비스(AWS)만 해도 전 세계 25개 지역에서 데이터센터 81개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의 데이터센터는 평균 1만5000㎡로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두 배 크기에 달하며 5만~ 8만 대의 서버가 가득 차 있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앞으로의 세상은 디지털로 돌아가게 된다. 디지털 세상에서 클라우드는 산업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도로가 있어야 호텔, 병원, 소도시가 생기는 것처럼 클라우드를 도입해야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많은 창조적인 세상이 펼쳐질 수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모든 4차 산업혁명 기술은 클라우드 위에서 돌아간다.

기업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클라우드는 개인보다 기업에서 효용 가치가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클라우드는 기존 IT 환경 대비 저렴하고, 빠르고, 민첩하고, 확장과 축소가 용이하다. 기존 시스템은 물리적인 서버를 구매하고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큰 초기 투자 비용이 들어가고 세팅하는 시간이 요구된다. 수명이 다하면 주기적으로 교체도 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급격하게 접속자가 증가하면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고, 있는 서버를 버릴 수도 없으니 서버 총량을 줄이는 다운사이징은 아예 불가능하다. 하지만 클라우드에서는 갑자기 접속자가 증가하거나 이벤트가 종료되는 상황에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장비를 교체할 필요도 없다.

빠르고 유연한 서비스 강점…기업은 실패 비용 절감

이렇게 빠른 속도와 유연성이 궁극적으로 실패 비용 절감으로 귀결된다. 기업용 서버 한두 대만 구축해도 몇 천만원에서 몇 억원은 쉽게 오가니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업인 스타트업이 근래 유례없는 속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클라우드 사용 확대로 실패 비용이 줄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는 구독경제를 기반으로 한다. 마치 매달 통신료를 내는 것처럼,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한 만큼 비용을 낸다. 많이 썼으면 많이 내는 것이고, 적게 썼으면 적게 내는 것이다. 클라우드의 유연성 및 확장성과 관련이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데이터가 됐다. 클라우드로 인한 IT 인프라 비용의 절감으로 데이터 수집 장벽이 낮아져 수많은 데이터를 숨 쉬듯 모을 수 있게 됐다. 활용처를 생각하고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하면 늦는다. 일단 데이터를 모은 뒤 분석을 통해 활용 방법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임원들은 기업의 돈의 흐름을 꿰뚫고 있듯이 자사 데이터의 양과 흐름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만들고 그 흐름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는 기업은 시가총액 상위를 달릴 테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도태할 것이다.

기업은 클라우드를 사용하며 변동적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중국의 광군제가 좋은 사례다. 광군제 기간 쇼핑앱 접속자는 말 그대로 폭증한다. 지난해에는 행사 시작 30분 동안 총 거래액의 약 80%에 달하는 68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한다. 심지어 총 매출의 25%는 고용량 데이터 사용을 요구하는 라이브커머스에서 발생했다. 클라우드를 사용한 기업들은 광군제 전후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흔히 말하는 서버 다운 현상을 겪었다.

백신 예약 먹통 사태도 클라우드로 해결

좀 더 밀접한 사례로는 백신 사전예약 시스템의 클라우드 도입이 있다. 50대 예약 때 단기간 접속자 폭증으로 시스템 과부하가 일어나 먹통 현상이 발생했다. 2주 만에 부하가 가장 많이 발생한 부분을 클라우드로 전환해 시스템을 빠르게 개선했고, 2000만 명에 달하는 18~49세 예약은 대기의 혼선 없이 수월하게 진행됐다. 하루 최대 1941만 건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처리됐다.

기업에 클라우드 도입은 기정사실이다. 어떻게 할 것인지 방법과 효율성에 대해 클라우드 MSP와 머리를 맞대고 있다. 클라우드 MSP는 클라우드 운영관리 전반을 담당하는 기업이다. 클라우드 공급자(CSP)와 사용자 사이에서 원활한 업무를 돕는 조력자로 클라우드 도입, 전환, 운영, 비용관리, 보안, 규정 준수, 앱 배포 등 많은 부분을 담당한다. 기업이 CSP와 직접 진행할 수도 있지만 CSP는 본연의 상품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MSP와 함께할 때 좀 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클라우드 산업 태동기에는 AWS 외 다른 CSP 사업자는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지금은 MS, 구글, 알리바바, 텐센트, 네이버, KT 등으로 매우 다양해졌다. CSP는 각각의 특장점이 있으며, 여러 상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엔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진 것이다. 클라우드 산업 현황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 플렉세라의 ‘2021년 클라우드 현황(2021 State of the Cloud)’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92%가 멀티 클라우드 전략을 택했고, 그중 82%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베스핀글로벌이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는 퍼블릭 클라우드 중심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략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유형의 클라우드가 등장하며 양자택일이 아니라 공존의 전략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클라우드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MSP와 자동화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아마존, MS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직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 절대 강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모든 나라와 산업에 기회가 있다. 전 세계 클라우드 도입률은 10%에 못 미치고 있으며, 한국은 비교적 빠르게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임에도 기존 IT 환경에서 전 시스템을 모두 클라우드로 전환한 기업은 없다. 그리고 클라우드는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IT 인프라로 나라마다 통신회사가 있듯이 국가별 클라우드 기업이 만들어질 것이다.

클라우드 시장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바로 클라우드 기반 SaaS 시장이다. 2015년 고작 25조원이었던 세계 시장이 지난해 304조원으로 약 12배 성장했다. 한 산업군이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 예는 매우 드물다.

SaaS는 클라우드 위에서 운영되는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클라우드가 가진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구독형 서비스로 초기 비용이 저렴하며, 빠른 서비스 업데이트가 가능해 앱을 하루에도 수백 번씩 업데이트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하루 수천 번씩 소스코드를 배포한다. 그리고 사용자 현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최신 보안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기존 소프트웨어와 달리 구독 후 고객과의 지속적인 접점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운영자의 중요성이 커진다.

SaaS는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돼 산업별 대표 SaaS 기업이 탄생할 것이다. 자동차 클라우드, 배터리 클라우드, 미디어 클라우드, 공장 클라우드처럼 말이다. 특히 기업의 디지털화와 자동화를 도와줄 기업형 소프트웨어인 기업 간(B2B) SaaS의 성장이 주목된다. 그중 우리에게 기회가 있는 분야는 산업 시스템에서의 운영기술을 뜻하는 OT(operation technology)와 결합한 OT SaaS 영역이다. 각 산업에는 그 업만의 속성과 프로세스가 있다. 그것이 운영기술이다.

최근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OT SaaS의 도입 소식이 있었다. 세계 최대 은행인 JP모간이 핀테크 기업 소트 머신이 개발한 클라우드 네이티브 뱅킹 SaaS를 이용해 은행의 계정계 시스템(core-banking system)을 클라우드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은행의 데이터가 아닌 핵심 시스템을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로 운영한다는 것은 보안을 중요시하는 금융권의 매우 혁신적인 발걸음이다. 미국의 또 다른 거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IBM과 손잡고 금융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이렇게 운영기술이 녹아 있는 OT SaaS를 개발해야 해당 산업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려면 기존 산업의 전문가들 의견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IT만 잘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운영기술 전문가와의 협업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의 글로벌 경쟁력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반도체, 조선, 자동차, 원자력, 건설, 의료기술, 미디어 콘텐츠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산업 기술력을 가진 기업과 인재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육성해야 할 것은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운영자다. 정부와 민간의 새로운 형태의 협업 모델도 개발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국내 자동차 기업도 차량 배터리 클라우드와 같은 SaaS를 개발해 완성품 차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모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디지털 전환 수요 많은 아시아는 기회의 땅

전 세계 IT시장은 400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IT와 OT가 결합하면 새로운 B2B SaaS 시장이 생겨나는데, 시장 규모는 8000조원까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앞으로 국내에만 40만 명의 IT 인력이 필요하다. 개발자 품귀 현상은 많은 언론에서 다뤄 익숙하지만, 클라우드 인력 부족 현상의 심각성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클라우드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함에 따라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현상 역시 점점 심화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CSP와 MSP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전환 흐름에 올라타려는 기업과 클라우드 네이티브 스타트업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클라우드 교육 과정을 갖춘 교육기관은 현저히 부족하다. 클라우드는 IT 환경의 대전환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개발 인력도 중요하지만, 운영 인력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운영 인력은 상대적으로 비교적 짧은 기간에 숙련자가 될 수 있다.

문과생도 IT 인재가 될 수 있다. 사실 코딩은 컴퓨터 언어다. 수리적 계산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로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코드를 짜는 것이다. 어찌 보면 문과생들에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

1999년 Y2K버그 사태 때 인도가 IT 인력 소싱 시장에 뛰어든 것이 국가적 대전환의 모멘텀이었다. 수많은 글로벌 기업은 영어가 가능한 저임금 IT 노동자를 찾았고, 인도의 IT 인력 소싱 산업은 크게 성장했다. 이후 인도는 IT 입문자부터 전문 개발자까지 다양한 레벨의 IT 인재를 양성했고 20년이 흐른 지금 실리콘밸리의 IT 기업에는 인도 출신 전문가들이 즐비하다. 지금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 소프트웨어 기업인 구글, MS, IBM, 어도비의 최고경영자(CEO)는 모두 인도 출신이다.

지금 전 세계에는 IT 대전환의 시대가 도래했다. AI와 머신러닝 등 신기술들이 쉼 없이 달릴 도로는 바로 클라우드다. 클라우드 산업 육성이 곧 글로벌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과 같다. 기업에 클라우드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클라우드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됐다.

■ 이한주는

연쇄 창업가이자 스타트업 투자자다. 1998년 미국에서 호스팅 기업 호스트웨이를 창업한 뒤 미국 사모펀드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2012년에는 스타트업 육성 및 투자기관 스파크랩을 공동 창업했다. 2015년 클라우드 매니지먼트 기업 베스핀글로벌을 창업했고, 현재 전 세계 8개국 1000여 명의 직원과 함께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3000여 개 고객사의 디지털 혁신을 돕고 있다. 2021년에는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1972년생
△시카고대 생물학과 졸업
△미국 호스트웨이 CEO
△인도 어피니티 미디어 이사회 부의장
△스파크랩 공동 대표 파트너
△베스핀글로벌 대표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
△한국SW산업협회 부회장
△SaaS추진협의회 회장
멀티 클라우드: 두 개 이상의 클라우드를 함께 사용하는 서버 인프라 환경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온 프레미스 또는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퍼블릭 클라우드가 조합된 서버 인프라 환경

클라우드 네이티브: 처음부터 클라우드 시스템 환경에서 개발을 시작한 서비스 및 기업

클라우드 다운사이징: 사용(활성) 서버의 수를 줄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