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플레이션 공포를 키우는 악재로 떠올랐다. 여러 차례 이상신호를 보낸 글로벌 공급망도 언제 어떻게 더 균열될지 예측불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이래저래 살얼음판이다. ‘정권 심판론’이든 ‘연장론’이든 선거 이후 새 정부가 구성되면 경제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할지 모르지만, 안팎 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대내외 경제여건은 계속해서 불확실할 것이라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미국 등 주요국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내년 또는 2023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국제금융협회(IIF) 전망에 주목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IIF는 보고서 제목부터 ‘퍼펙트 글로벌 인플레이션 스톰’이라는 무서운 표현을 썼다. 각국의 경쟁적 통화확장 정책이 공급망 혼란과 겹쳐 비롯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된다는 게 요지다. 세계 400개 이상의 은행·투자회사로 구성된 민간 ‘국제금융기관 연합체’인 IIF는 자금조달, 경제계획과 관련해 각국과 협의 및 정책권고를 해온 기구다.

IIF가 아니더라도 이번 인플레이션 기류와 글로벌 공급망·가치망 이상이 단시일 내 해소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특히 한국이 심각한 것은 이런 경고에 누가 귀 기울이며 최소한의 대책이라도 세우는지 알 수 없어서다. 정권교체기 관료사회는 복지부동 아니면 줄대기가 관심사이고, 정치판은 표 계산뿐이다.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서며 부채에 경고를 내지만 쉽게 돌파할 수 있는 위기가 아니다. 더구나 한은도 기형적 팽창 재정과 과도한 나랏빚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경고를 하지도 않았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일각의 희망적 전망과 달리 ‘단기 악재’가 아니라면 그에 따른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거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할 텐데 연일 ‘종부세 변명’에 급급하고, 툭하면 여당에 휘둘리니 답답한 노릇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2 요소수 파동’이 생기지 않도록 잘 살피고 있는지, 외교부는 미·중 반도체 대전에서 우리 기업 입장을 전달할 상시통로라도 확보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런 문제라면 청와대도 끝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더 큰 걱정은 2년간 ‘퍼펙트 스톰(초대형 태풍)’이 온다는데도 위기감 없는 정치권이다. 재정, 노동, 4차 산업혁명 혁신 등 진짜 개혁에는 관심 없고, 유권자를 유혹하는 ‘퍼주기’ 목소리만 드높다. 정부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위기불감증에 빠져 있으면 누가 그 태풍에 대비할 것인가.